경기고 65회 졸업 50주년 기념행사
운해(雲海) 김두경
6월 15일 토 맑음 총회 (은사 다섯 분, 230명 참석)
경기 65회 동창총회에 가기 위해 집에서 오후 4시쯤 떠났다. 집사람은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며 안 간다고 해서 홀로 갔다. 5시 30분쯤 창용이가 문자로 지금 호텔에서 떠난다고 자리를 하나 맡아 달란다. 원규는 거의 다 왔단다.
총회장인 COEX 인터컨티넨탈 호텔 다이아몬드 룸에는 외국에 사는 동문들도 많이 참석하여 시끌벅적하다. 이름 명패를 찾아 들고 오랜만에 본 동문들과 담소를 나눴다. 미국에서 온 용주가 보인다. 한 달 전쯤에 아버님이 돌아가셨는데 문상을 드리지 못 해 미안하다고 했다. 희규부부도 만났다. Mrs. Lee께서는 여전하시다. 벤프에 같이 갔던 완선부부도 들어온다.
총회장에 들어가 원규, 윤섭, 성수부부, 김정숙, 류경임 여사와 같이 앉았다. 바로 옆에 창용이 자리를 잡아놨으나, 흰 재킷에 댄디한 차림의 기영이가 오더니 자리가 있냐고 하면서 앉는다. 테이블 위에는 Grand Reserva 급 칠레 와인과 맥주가 올라와 있다.
김유석, 은동기, 김석현, 김기하, 김찬흡 선생님 등 다섯 분의 선생님들도 나오셨다. 은동기 선생님은 건강이 조금 안 좋으신 것 같아 보인다. 아! 세월이 많이 지나갔구나. 김유석 선생님은 올해 91세이신데 한 말씀을 하신다. 아직도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시다.
나의 담임 김기하 선생님은 아들 고3때 담임선생님 이셨고 김찬흡 선생님은 딸 고3때 담임선생님 이셔서, 한번 여의도에서 저녁 식사를 모시고 노래를 부르러 간 적이 있다. 참 인연이 묘하다.
조장현 65회 동창회장, 이준호 50주년 추진위원장의 인사말을 듣고, 케이크 커팅 후 김낙중 차기 동창회장의 건배사에 맞추어 건배를 했다.
신기섭 시인의 자작 50주년 기념시 낭독이 있었다. 시의 제목은 “에게해 인상”이다. 경기의 학문적 수월성(그리스 고대문화)과 영원한 자유에의 동경(자유인)을 담고 있단다. 후에 Mrs. Helen Hyenyne Lee께서 이시를 그림으로 형상화해 기념 문집에 실을 작품을 보내 주신단다.
다음으로 임진택 명창의 판소리 한가락을 듣는데, 김찬흡 선생님이 판소리 가락에 맞춰 춤을 추신다. 동문의 열화와 같은 앙코르 요청으로 한곡 더 뽑는다. 나는 진택이의 판소리를 몇 번 들어 봤는데, 오늘은 실내라 그런지 목소리가 아주 크고 좋다. 이런 생각이 나중에 화를 불러 올 줄이야!
급조된 합창단(테너1: 임경희, 양승태, 김원택, 테너2: 신기철, 정상기, 이준호, 바리톤: 김규복, 김경훈, 베이스: 이원규, 최기남, 지휘 이홍구)이 연주복을 맞추어 입고 등단한다. 그래도 21번이나 연습을 했단다. 고향의 봄과 소나무야를 합창한다. 다들 원규, 준호의 목소리가 좋단다.
그 다음 65 앙상블(양계형, 이승재, 장해성, 신기철, 장태평, 유영하, 박선양, 남상욱, 드럼 81회 조병우, 지휘 최중원)의 연주가 이어졌다. 그리고 앙코르 곡 상욱, 영하, 태평이가 연주한 대니 보이가 돋보였다.
사진을 찍으며 다니는 용경의 복장은 완전히 프로페셔널 사진사다.
나중에 동문이 보낸 사진을 보니 종부부부가 댄스실력을 뽐내고 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영희 여사가 거의 프로수준으로 레슨도 한다고 한다. 이애경 여사의 춤사위를 보여주는 사진도 올라와 있다. 나는 뒤쪽 테이블에서 무대 반대편을 보고 앉아있어 보지 못 했나 보다.
The Diamond 밴드 연주 후, 일레인 김주은의 Mr. 션샤인 OST 등이 흘러나온다. 다음은 장계현 템페스트의 공연이다. 육순이 넘은 동문의 목소리가 좋다.
성수는 대전에 있어 자주 보지 못하는데, 아직 수술도 하냐고 물어보니, 자기는 지금 정형내과 담당이란다. 세월에는 장사가 없다. 벤프에서 안면을 익힌 류경임 여사에게 은퇴하셨냐고 물으니 아직 일주일에 세 번 나간단다. 아직 현역이시다.
오늘 총 230명이 모였다 한다. 예상보다 많이 오는 바람에 자리가 모자를 까봐 주최 측이 노심초사 했다고 한다.
대강 끝나갈 무렵에 만찬장을 나왔다. 두영이가 쇼핑봉투를 하나씩 나눠준다. 내가 월요일에 비행기 출발시간이 9:20분인데 왜 김포공항에 7:45분까지 나오라고 하냐고 물어보니, 본인은 안 가니까 준호에게 물어 보란다.
집에 가려고 9호선을 탔더니 기준이와 무형이가 같이 탔다. 기준에게 왜 제주에 안 가냐고 하니 일이 생겼단다. 현재는 분당 어머님 집에 묵고 있다며 고속터미널에서 내린다. 무형이는 여의도 호텔에 묵고 있다고 여의도역에서 내렸다.
집에 가다 봉투 속에 뭐가 들어있나 보니, 정연승 박사의 “한국 경제개발의 정치경제와 국제개발협력”이라는 책자가 들어 있다. 서문을 보니 2019년 6월 이라고 적혀 있다. 투병 중에 놀라운 역작을 만들어 낸 노력과 힘이 정말 존경스럽다. 서문을 보니 그동안 각 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5편과 미 발간 논문 1편으로 책이 구성되어 있단다. 이렇게 연구의 끈을 놓지 않은 것은 학문을 높이 사는 집안의 풍조에 영향 받은바 크다고 적고 있다. 꼭 읽어봐야겠다.
이밖에도 유욱준 교수의 세계국기 외우기, 강경관이 증정하는 꾀꼬리 핀, 졸업 50주년 기념 타월이 들어 있다. 한동안 타월 걱정은 없겠다.
6월 16일 일 맑음 화동 교정 방문 (48명 참석)
오늘은 69년에 경기고등학교를 졸업한지 50년이 되어 6년간 다닌 화동 교정을 방문한다.
오후 2시에 만나기로 되어 있어 집에서 점심 먹고 나가기도 그렇고 해서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내려 르메이에르 건물에 있는 청진동 해장국집(1937년 개업)을 찾아 갔더니 없어졌다.
황당하여 물어보니 바로 옆 옛날 자리 근처로 10개월 전에 이사 갔단다. 하긴 은퇴한 후 처음 오는 것이라 한 10년쯤은 된 것 같다. 최저 임금 탓인가 한 그릇에 만원으로 가격이 올랐다. 맛은 옛날과 비슷하나, 콩나물이 좀 더 서걱서걱한 것 같다.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선지를 못 먹는다는데도 아래층엔 자리가 없다고 해서 이층으로 갔다. 홀의 2/3 정도가 젊은이들이다. 커플도 있고 젊은 여자들끼리도 오고.
식당을 나와 나의 모교인 수송국민학교 쪽으로 가니 종로구청으로 바뀌어 있다. 구청 앞에 알림판을 보니 예전에 정도전 집터가 이곳에 있었단다.
조계사 뒷골목으로 지나가니 예전에 유명했던 한정식집이 없어졌다. 김영란 법 때문인가? 조금 더 가니 왼쪽에 숙명여고 터가 나오고 담에 능소화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2층집이 있는데 지금은 사람이 안 살고 있는 것 같다.
안국동 로터리로 가니 왼쪽에 인왕산이 잘 보이고, 경기고 방향으로 북악산이 바로 눈앞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는 눈에 안 들어 왔었는데... 골목 입구에 있는 풍문여고가 헐어지고, Seoul Craft Center 공사가 한창이다.
정다운 골목길에는 버스킹하는 사람들이 드문드문 있는 등 예전보다 훨씬 예술 골목 같아 보인다.
덕성여고 옆을 지나가니 예전 하교 길에 옆 친구 모자를 담장 넘어 던져 모자 주인이 덕성여고에 들어가서 왈패들에게 혼나고 찾아왔다던 얘기가 생각난다. 또한 등굣길에 자주 마주쳤다는 금란여고의 쎄비지 얘기도 떠오른다.
학교 앞의 유명한 떡볶이 집이 없어졌다. 임대료가 높아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난 것 같다. 물어보니 옆 건물 이층으로 옮겼다는데, 주 메뉴가 닭칼로 바뀌었다. 학교정문 대각선 쪽에 인도음식점이 있었는데 건물 전체가 선재아트센터로 바뀌어 있다. 학교정문 앞 문방구는 옷 가게로 바뀌어 있다.
학교정문 언덕길은 차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나는 우리 동기들이 차를 많이 가져왔나 했더니 그게 아니었다. 북촌에 놀러온 사람들이 정독도서관에 주차를 하느라 빈자리가 날 때까지 줄을 서 있기 때문이었다.
고2때 인가 학교 정문 언덕길에서 데모를 한다고 전교생이 교문 밖으로 진출하려고 모여서 웅성거린 기억이 난다. 정문 입구에 성삼문 집터가 이 근처였다는 팻말이 서 있다. 언덕길에서 운동장으로 이어지는 계단이 새로 조성되어 있다. 올라가 보니 정원수가 많이 심어져 있는 등 교정이 싹 바뀌었다. 10년 전에도 안 그랬는데...
학교교정으로 들어가 살펴보려고 하는데 기준이가 온다. 어제 제주를 못 간다고 해서 화동에도 안 오는 줄 알았다. 빙 교정을 둘러 봤다.
조회를 했던 운동장 가운데에는 분수대가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서 조회를 하던 생각이 난다. 조회 시 66회 오세정(현재 서울대총장)이 대외 입상을 해 불려나갈 때, 우리는 세정이 보고 빨리 나가 상 타라고 놀리던 장면이 떠오른다.
운동장 한구석에 있던 정구장과 서쪽 가장자리에 있던 역도반, 아이스하키반 건물은 없어졌다. 베니어판을 놓고 그 건물 벽에 대고 슛 연습을 하던 생각이 난다. 그리고 역도반에서 덕영, 용수가 열심히 역기를 들던 모습이 떠오른다. 실내 농구장이 없어지고 연못이 들어섰다. 중학교 때 공부를 잘했던 종언이가 벽에 대고 물구나무서기를 하다 힘에 부쳐 팔이 구부러지면서 스르르르 내려앉았던 기억이 새롭다.
준호가 온다. 내일 비행기 시간이 오전 9:20분인데 8:30분까지 오면 안 되냐고 물어 봤다. 원래는 단체로 체크인 하려했는데, 개별 체크인으로 바꾸었단다. 20∼30명씩 예약한대로 단체로 체크인 하면 전 인원이 다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불편이 있어 방식을 바꿨단다. 그런데 월요일이라 길이 밀릴 거란다. 늦게 올까봐 걱정인 모양이다.
다들 모여서 담 근처에도 가 봤다. 학창 시절에 월담했다는 무용담을 심심치 않게 들었는데 담에서 밑을 보니 굉장히 높다. 어떻게 넘었을까? 천천히 걸어 교정 지금은 분수대로 오니, 사진사가 단체 사진을 찍는단다. 다들 분수대 앞에 모여 사진을 찍었다.
오늘 온 동문은 미주 동문들이 많다. 서울에 사는 동문들은 이미 와 봤거나 올 기회가 많아 참석이 부진한 것 같다.
나는 정독도서관이 예전의 도서관을 사용하는 줄 알았는데, 고교교사, 과학관, 중학교사 모두가 열람실과 미디어 센터 등 정독도서관으로 활용되고 있고, 평일이었는데도 어린이를 포함 이용자가 많았다.
학창 시절에는 고교교사 왼쪽으로 출입했다. 그 곳에서 문대근 선생님에게 머리가 길다고 바리캉으로 고속도로가 났던 기억이 난다. 그때 머리가 그리 길지 않았는데. ㅠㅠㅠ 고릴라 선생님은 머리를 미는데도 별로 반항을 안 하는 내가 이상했던 모양이다. 그 후 문선생님과 말도 섞고 친해졌다.
중3에서 고1로 올라가니 반 뒤쪽에 앉아 공책에 드럼을 치던 김예식이 김두경이가 누구냐고 이리 오란다. 얻어터지나 하면서 갔는데, 자기가 나의 사촌형 친구라며 어려움이 있으면 자기에게 얘기하란다. 덕분에 편히 지낸 기억이 난다.
도서관 안으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다. 3층으로 올라가 내려오면서 구경했다.
과학관을 보면서 부인들에게 당시 기부금을 받고 보결생을 받아 그 돈으로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실험기구를 비치했었다고 알려줬다.
과학관과 중학교사 사이에 오래된 우물이 하나 있는데, 우물 테두리에 고려 때 만들어진 것 같다는 명문이 새겨져 있다. 학교 다닐 때는 못 봤었다. 그런데 계정이는 이 우물에 걸터앉아 사진도 찍었다고 한다.
맨 뒤쪽 중학교사를 가보니 옛날 생각이 난다. 중2 때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뜬금없이 일어서라고 하더니 두꺼비만한 손으로 사정없이 나의 얼굴을 갈겼다. 나는 영문도 모르고 꿋꿋이 밀리지 않고 맞았더니 더 때리셨다.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오라고 해서 갔더니, 왜 똑바로 앉으라고 했는데 의자를 뒤로 넘기고 앉았냐고 하신다. 나는 듣지 못했노라 했더니 미안하다고 하신다. 너무나 억울했다.
중학교사 뒤편 화장실에 가니 진택이가 열심히 칫솔질을 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치아관리를 확실히 하고 있다.
큰 바위 옆에 있던 수영장은 메워져 없어지고, 단성사와 똑같은 기종의 영사기가 있었던 강당은 식당으로 바뀌었다. 오후 3시가 넘으니 다들 모여 두영이가 사온 아이스 바를 하나씩 입에 문다.
진택이가 옆에 앉기에 어제 판소리는 이제껏 들은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하니, 어제는 고수가 반주를 하여 흥이 나 목소리가 더 커졌단다. 옆의 Mrs. You Sim Kim께서 어제 판소리 공연에 매우 감명 받았다며, 미국에 한번 오실 수 있는 지 타진한다. 미국에 사는 소리꾼 이름을 대니 단박에 잘 안다고 한다. 이미 공연 섭외가 끝난 것 같다.
인호씨가 보여 관심이 있을 것 같아 과학관 뒤에 고려 때 조성된 우물이 있으니 가보라고 했다.
강당을 나와 음악당 앞에서 삼삼오오 모여 사진을 찍는다. 음악당 뒤 울타리 너머로 북촌의 연달아 이어져 있는 한옥 지붕이 보인다. 음악당 옆에 예전에는 무심히 봤던 수령 300년의 회화나무가 서 있다.
예전의 정구장은 잔디로 잘 가꾸어져 있는데, 조선시대의 종친부 경근당과 옥첩당이 있었던 곳이란다. 10여 년 전에 들렀을 때는 이곳으로 이전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건물 뒤편에 위치해 있다.
예전의 도서관에도 가봤다. 도서관 뒤에 교장관사가 있었다는데, 나는 당시에 보지도 못했고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재진이가 도서관 담당을 해서 자주 갔었단다. 건물은 현재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고 예전에 경기중학교 교사로 사용했었다고 한다.
나의 할아버님께서 경기 7회신데 여기서 수학하셨다고 생각하니 더욱 새롭게 보인다. 나의 증조할아버님은 음주 등으로 재산을 탕진하셨다고 들었다. 당시 경기중학교에서는 학생들을 모집하려고 점심에 곰탕을 무료로 제공하였단다. 그런 이유로 증조할머님께서 할아버님 형제분들을 경기중학교에 보내셨단다. 할아버님은 당시 전교생이 30여명이었는데 1등으로 졸업하셔서 관비유학생으로 일본 동경상대(현 히토츠바시 대학)을 졸업하셨다.
학교를 둘러보고 경복궁으로 갔다. 천천히 걸어서 갔는데도 후미가 안 온다. 민속박물관 쪽은 무료관람이다. 박물관 속에는 안 들어가고 미주동문들이 밖에서 사진만 찍는다. 아까 준호에게 들은 내일 공항체크인은 각자 한다고 알려주고 8:30분까지만 오면 될 거라고 알려줬다. 용주가 내일 아침에 아버님 상식을 올리고 와야 하는데 다행이라고 한다. 민우와이프 Mrs. 갑숙한께서 성북동에서 어떻게 가냐고 해서 지하철 앱을 가동하여 알려줬다. 민우에게 지하철 앱이 무료이니 깔라고 하니, 비서(부인)가 알아서 한단다. 아직도 와이프 무서운 줄 모르는 것 같다.
종부가 서울에 와서 택시를 타고 5만원 짜리를 냈는데, 기사가 카드 없냐고 해서 내려서 거스름돈을 바꿔 택시비를 냈다고 한다. 요즘 택시 기사가 잔돈을 잘 준비하고 있지 않다. 허긴 나도 택시를 5년 동안 두 세번 탔는데, 탈 때마다 카드로 결제를 했다.
경회루 쪽으로 걸어가니 매표소가 나온다. 우리는 모두 지공거사라 공짜인데, 신분증을 보여주었는데도 매표소 직원이 매우 깐깐하게 군다. 한 사람 한 사람씩 입장하란다. 옥신각신하다 표를 안 받고 들어갔다.
경회루 건물 속을 들어가려고 하니 예약 안 하신 분은 못 들어간다고 막는다. 예약은 하루 전에 해야 한단다. 경회루 2층에 올라가 보고 싶었는데 다음 기회로 미룰 수밖에... 경회루 연못 옆에 모여 인증 샷을 찍었다. 연못 속의 섬에 소나무가 멋있게 서 있다. 온난화로 날씨가 더워지면 이곳 소나무도 죽을려나? 경회루는 예전에 만원권 지폐 뒷면에 들어간 건축물인데 또 봐도 멋있다.
경회루를 충분히 봤는지 여기저기서 밥이나 먹으러 가잔다. 밥집은 진택이가 소개하는 인사동 한정식집 낭만이다. 경복궁에서 도보로 한 20분정도 걸린다니 지금 떠나잔다.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경복궁 정문, 동십자각, 안국동 로터리를 거쳐 인사동 골목으로 들어섰다. 호균이가 조성한 쌈지길 뒤의 수도약국을 지나 인사동 8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섰다.
좀 가니 창문이 열려있는 나살던 고향에서 두영이가 가도 소용이 없다고 소리친다. 자기가 이미 갔었는데 문을 안 열어 이곳에서 맥주 한잔하고 있단다. 맥주마시기도 그렇고 해서 슬슬 골목길 속에 있는 낭만을 찾아갔더니 문이 열려있다.
경희랑 같이 들어갔다. 사장님이 분주히 움직인다. 오늘 쉬는 날인데 임감독님 부탁으로 문을 열었단다. 그런데 너무 일찍 오셔서 지금 막 집에서 달려왔단다.
경희가 막걸리 한 병 달라고 하는데 준비하느라 바빠 들은 체도 안한다. 다시 달라고 하니 반찬과 같이 나와야 하는데 준비가 안 됐단다. 얼마 후 막걸리와 밑반찬이 나왔다. 그 사이에 서상수, 재진, 준호, 진영, 진택이가 들어온다. 나는 맥주와 컵을 찾아 갖고 왔다.
재진이가 본인 집안은 키가 큰 DNA가 있는 것 같다고 한다. 1m 80cm이 넘는 형님도 학기 초반에는 앞에 앉았는데 학기 후반에는 훌쩍 커 맨 뒤쪽에 앉았단다. 자기도 중간쯤에서 시작하여 뒤쪽으로 갔단다. 옆에 앉은 상수가 나의 아버님과 정수, 두원이 아버님을 혼동하여 물어 본다. 다 김씨라 헷갈린 것 같다.
보쌈이 나온다. 맛이 있다. 앞에 있던 준호가 어제 식겁한 얘기를 한다. 총회에 인원이 예상보다 너무 많이 와서 부페 식당으로 일부를 보낼까 했는데 다행히 다이아몬드 룸에서 막았고, 와인은 우리가 사서 갖고 가 경비를 절감했단다. 조장현 회장이 인사말을 써 왔는데 조명이 너무 밝아 잘 보이지 않아 고생한 것 같다고 한다. 준호는 현정씨 앞에서 리허설까지 했는데, 너무 길다고 해서 줄였다는 얘기, 김유석 선생님이 너무 길게 말씀을 하셔서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는 등 얘기꽃이 핀다. 음식점을 소개한 진택이가 와서 앉는다. 여기저기서 어제 판소리가 좋았다고 한 마디씩 한다.
좀 있으니 코다리찜이 나온다. 한참 먹다 6시쯤에 옆에 앉은 진영이에게 오늘 아이스하키를 가야하기 때문에 조용히 일어나겠다고 하고 나왔다. 집에 와서 좀 쉬다 8:30분에 운동하러 갔다가 와서 12시 넘어 잤다.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6월 17일 월 맑음 제주여행 첫째 날 (178명 참석)
준호가 제주항공 71번 카운터에서 수속하란다. 본인은 8시경 도착 예정이라고 카톡에 뜬다.
나는 집에서 오전 7:30분에 나왔다. 388번 완행 시내버스가 온다. 완행버스는 김포시를 경유하여 정류하는 데가 많다. 가는 도중 진영이가 7:45분 쯤 도착한다고 문자가 온다. 역시 모범생이네! 388번은 김포공항에 안 서기 때문에 9호선 종점 개화 역에서 내렸다. 사람들이 뛴다. 열차가 곧 출발하나 보다. 나도 덩달아 뛰어 올라타니 열차가 곧 떠난다. 공항에 도착하니 8:45분이다. 러시아워라 내 생각보다 늦었다. 바로 앞에 진택이가 간다. 제주항공 카운터 앞에서 태철이가 아마 맨 마지막일 거라고 한마디 한다. 대여섯 명만 줄을 서 있어 금방 체크인을 했다.
탑승구에 가니 친구들이 모여 있다. 미국에 사는 의휘를 만났다. 처음에는 누군지 아리송했는데 생각이 난다. 의휘, 형섭이와는 미동국민학교를 같이 다녔다. 의휘 쌍둥이 형은 아마 서울 고등학교를 다녔던 것으로 기억된다. 형섭이 소식을 물었으나 자세히 모르는 것 같다. 몇몇 친구들로 부터 조금 늦게 와도 된다는 것을 알려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받았다.
오늘 제주행 비행기 제주 7C 141은 거의 정시에 출발했다. 비행기의 기종은 B737-800이다. 제주항공은 저가항공이라 생수만 제공한단다. 생수 한 병을 주는지 알았는데 컵으로 준다. 커피를 마시고 싶은 친구들은 돈 주고 사서 마신다. 메뉴판에는 치맥, 라면, 떡볶이 등 여러 가지 음식이 있다.
내 오른쪽에는 용국이 부부가 앉았다. 지난 65산 일산트래킹에서 용국이가 식사지구에 산다는 것을 알았다. 양승옥 여사께 식사지구에 사시죠 하고 아는 체를 했다.
50분 쯤 지나니 제주에 곧 도착한단다. 오늘은 제주에 바람이 안 불어 비행기가 단번에 착륙한다. 작년에 왔을 때는 착륙 시 비행기가 바람에 너무 흔들려 비행기 창문으로 땅바닥이 보이는 시점에 두 번이나 비상해 불안에 떤 일이 있었다.
전세비행기라 그런지 제주에 도착해서 다들 짐을 빨리 찾고 버스에 오른다. 우리 4반은 3호차인데 내가 차장을 맡았다. 6월 5일 인솔자 연락망이라는 카톡 방이 생기더니 준호가 제주에서 버스 6대로 움직이는데, 혼자 참가하는 사람 중에 인솔자를 자기 마음대로 정하니 맡아 달라고 했다. 내가 이번 행사에 도움을 주지 못 하고 있어서 흔쾌히 승낙했다. 1호차 심의보, 2호차 장문철, 3호차 김두경, 4호차 장태철, 5호차 이봉, 6호차 오성백이 차장이다.
우리 3호차에 탑승하는 인원은 처음에는 31명이었다가 나중에 조정이 되어 혼자 온 나와 창용이를 포함하여 총 30명으로 확정되었다. 명단을 받아 보니 전부 4반이다.
3호차 기사는 성함이 진경운씨고 47년생이란다. 운전경력은 50년인데 부산 등지에서 활동하다 나이가 들어 고향인 제주로 왔단다. 좌석벨트를 매라는 멘트와 함께 사고 시 유리창 깨는 망치에 대해 설명한다. 차 창문에 망치를 시험 삼아 휘두르지 말란다. 와르르하고 유리창이 깨지면 변상해야 한단다. 예전에 수학여행 온 학생이 궁금증이 도져 유리창을 해먹어 부모가 물어낸 적이 있단다.
공항에서 토끼와 거북이 식당까지는 약 20분 정도 걸려 11:30분경에 도착했다. 점심 식사는 돔베고기, 갈치조림, 보말미역국 등이 나왔다. 테이블에는 술이 비치되어 있지 않았다. 김원규가 술 한잔하자고 해서 태극기가 그려진 한라산 소주를 달라고 해서 원규, 창용, 윤섭, 귀영이와 나눠마셨다. 부인들에게는 점심이라 술을 권하지 않았다. 그런데 조성숙 여사가 귀영이 술잔을 뺏어 맛을 보신다. 아뿔싸 처음부터 부인들에게 술을 안 권한 것이 문제였다. 술은 달라는 테이블에만 공급됐다.
식사가 끝나갈 무렵 다른 관광객들이 식당 입구로 몰려왔다. 급기야 주인장이 식사 다 하셨으면 나가달란다. 쫒기 듯 나와서 커피를 마시러 가니 부인들이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준다.
수송국민학교를 같이 다닌 두인이가 나타났다. 딸과 함께 왔단다. 부인과 미모의 딸에게 가 인사를 했다. 여행자 명단에 없는 걸 보면 제주 여행 왔다가 식당에 친구들 보러 온 것 같다.
기엽이도 오랜만에 본다.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얘기를 들어 농협에서 비료를 낮은 가격에 사서 쓰냐고 물으니, 본인은 경작 면적이 작아 다른 농민에 얹혀 비료를 공급 받는다고 한다. 북한산을 날라 다니던 희자씨에게 요즘도 등산 자주하시냐고 물으니 요즈음은 등산을 자주 안 간단다.
범천이도 오랜만에 반갑게 만났다. 예전 한은에 다닐 때 내가 워드프로세서를 도입하는 일을 기획 한 적이 있다. 당시에는 큐닉스와 삼성전자만이 워드프로세서 제품을 내 놓고 있었다. 둘 다 시연 해 보니 큐닉스 것이 글자체도 이쁘고 성능도 좋았다. 당시에는 마이크로 컴퓨터에 워드프로세서 기능을 넣어 썼다. 지금의 핸드폰보다도 성능이 못하겠지만...
큐닉스에 워드 용량이 얼마나 되냐고 하니, 일 년 작업량을 여기에 다 수록 할 수 있다고 했다. 한 대를 구입하여 네개 과가 나누어 쓰다 보니 한 달 만에 용량이 꽉 차서 메모리 디스크를 더 샀던 기억이 난다. 큐닉스가 한은 조사부의 작업량을 잘 몰랐던 것 같다.
글자는 타이프처럼 치기 쉬웠지만 표를 작성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우리가 워드로 문서를 작성하니 청와대에서 글자체가 이쁘다고 덩달아 큐닉스 제품을 샀다. 이 작업을 하는 동안 한은에 큐닉스가 나의 동기 회사라는 얘기를 안했고, 범천이 한테도 전화 한 번 건 적이 없어 아직도 이 내용을 모르고 있을 거다.
친구들과 담소를 즐기다 바로 앞에 바다가 보여 나가 봤다. 길 오른쪽으로 걸어가는데, 바닷가에 섯물이라는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은 어영마을의 용천수 시설이 보인다. 내려가 봤다. 예전에 이런 곳에서 아낙네들이 빨래를 하는 것을 본적이 있다. 나는 바닷물이 들어오는 줄 알았는데, 민물이 솟구쳐 오르는 용천수란다. 제주 사람들은 이곳에서 야채를 씻고 빨래도 한단다. 섯물을 빙 둘러막아 놓은 현무암 바위의 크기가 무척 크다. 섯물에서 나와 동쪽으로 걸어가니 태평이와 영원이가 산책을 하고 돌아오고 있다. 버스 출발이 30분 당겨져 1시 출발이라고 빨리 돌아오란다. 1시 10분전까지 버스 앞에 오니, 다들 버스에 올라탄다.
맨 앞에 민기부부가 앉았는데 창용이를 보고 뉴욕서 모임에 창용이가 나타나면 방안이 다 환해진다고 덕담을 한다. 바로 뒷좌석에는 원규부부가 앉았는데, 심심해서 내가 멘트를 하면 곧장 딴지를 건다. 우리 3호차에 탑승한 사람들은 매우 과묵해서 말이 거의 없다. 주열이도 별로 말을 안 한다. 본인은 본래 내성적인 사람이란다. 누가 믿을지... 승근이가 이번 행사에 중책을 맡아 입을 다물고 있어서 그런가? 윤규씨는 승근이가 자주 자리를 비워 심심해하시는 것 같다.
트로피칼 한림공원으로 갈 때 애월해안도로를 통과하여 간단다. 내가 예전에 바람이 부는 오후에 지나갈 때 파도가 해변가 바위에 부딪쳐 바닷물이 높게 튀는 장관을 보았다고 얘기했지만, 오늘은 바람이 잔잔하여 그런 광경은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예전에도 해안도로를 여러 번 가 봤는데, 최근에 다시 조성한 것 같다. 경치가 훨씬 좋다. 기사분 말씀이 예전에는 절벽이어서 못 쓰는 땅이었는데, 지금은 펜션이 많이 들어서서 땅값이 많이 올랐단다. 자꾸 인공적으로 손을 대니 제주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잃어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
버스가 협제 해수욕장으로 들어선다. 아직 철이 이르지만 바다 속에는 물놀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닷물색은 부서진 조개가루로 된 모래사장이어서 예나 다름없이 아름다운 에메랄드색을 띄고 있다.
80년대 말 여름에 가족과 여기서 해수욕을 한 것이 기억난다. 당시 탈의실이 남녀로 구분되어 있었는데, 딸내미가 탈의실에 들어갔다가 플라스틱 천장위에서 동네 개구쟁이가 몰래 훔쳐보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랬다는 얘기가 생각난다. 그 개구쟁이도 이제 사오십 줄에 들었겠지....
트로피칼 한림공원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면서 입장권을 받았다. 기사가 30분 일찍 도착했으니 4:30분에 떠나잔다. 입구에 들어서니 입장권을 회수한다. 이곳은 예전에 협제굴을 보러 온 적이 있다. 당시에는 별로 볼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공원입구에는 지금 부겐빌레아가 만개해 있다는 입간판이 서 있다. 우리는 아열대식물원부터 관람했다. 여러 종류의 선인장과 각종 뱀 등 파충류들이 있어 동물원을 방불케 했다. 부겐빌레아가 어떤 꽃이냐고 물으니 용경이가 인도 근처에 많은데, 꽃같이 보이는 것이 포엽이고 그 속에 작은 것이 꽃이란다.
대추야자, 선인장 등 여러 종의 식물들이 심어져 있다. 팻말에 털머위라는 많이 들어본 식물을 발견했는데, 제주도 털머위는 독이 있단다. 용경이의 식물에 대한 해박한 지식에 감탄했다. 선인장 군락지에는 꽃이 잘 피어있다. 석명애여사가 사진을 찍고 싶어 규복이를 부른다. 앞에 멀리 가서 다른 사람이 대신 사진을 찍어준다. 나는 규복이에게 이를 알려주면서 마나님 좀 신경 쓰라고 했다.
다음으로 간 곳은 산야초원이다. 특별한 감동은 없어도 야생화와 생태 연못 등이 잘 조성되어 있다. 마지막 코스를 돌아보려는데, 같이 가던 친구들은 재미없는지 협제굴을 보러 간단다.
내려오다 정연부부를 만났다. 정연이가 의사라 나도 이과 인줄 알았는데 법대를 지망했던 문과생이란다. 김경숙 여사가 지난번 벤프 여행기를 재미있게 읽었다며 이번에도 쓰라고 권유한다. 안 쓰려고 하는데 어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나는 마지막 코스를 돌고 나서 협재굴 쪽으로 갔다. 큰 돌에 천연기념물 제 236호 협재굴(挾才窟), 쌍용굴(雙龍窟), 황금굴(黃金窟)이 황금색으로 음각되어 있다.
만장굴은 본 사람은 별 감흥이 없을 것 같다. 그래도 추가로 발굴을 했는지 예전 보다 길이가 길어졌다. 그리고 예전에 없던 쌍용굴과 황금굴이 발굴되어 있다. 쌍용굴은 동굴 안에 두 마리의 용이 빠져나온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역시 동굴에 들어가니 시원하다. 형태는 용암이 흐르면서 생긴 용암 동굴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용암종유석과 황금빛 용암석순도 자란다. 밖에 나오니 친구들이 사진도 찍고 앉아서 쉬고 있다. 장현이가 돌 벤치에 누워있다. 시원하겠다.
매점 있는 곳에 오니 일행이 많이 앉아서 쉬고 있다. 목도 마르고 해서 아이스커피를 사서 마시는데 관광차가 도착한다. 차에 가서 타려면 여기서 돈을 내냐고 하니 매표소에서 승차권을 사란다. 사러가니 거의 만원이란다. 혼자라고 하니 승차권을 하나 내 준다.
겨우 타고 15분 정도 돌았다. 관광차 기사가 중간 중간 설명을 하고 녹음된 멘트도 나온다. 부겐빌레아 화원 및 수국정원 옆을 지나 야자수 숲으로 간다. 잠간 서더니 대추야자를 찾아보란다. 중동에서는 맛있는 과일에 속하는데 지금은 아주 작은 열매가 달려있다. 가을쯤에는 열매가 커진단다. 소철이 많이 심어져 있는데 꽃은 100년에 한번 핀단다. 돌아오는데 공작 가족이 돌아다닌다. 새끼는 닭 크기만 하다. 공원에서 키우는 공작의 일부를 방목한다고 했다. 돌아오다 여기서 내려 부겐빌레아 화원으로 갈 수 있냐고 물으니 여기는 화원 뒤쪽이라 입구가 없고 종점에 도착하면 금방 갈 수 있단다.
차에서 내려 부겐빌레아 화원으로 갔다. 정연이가 열심히 동영상을 촬영하고 있다. 여러 색깔의 꽃을 한데 모아 놓으니 정말 아름답다. 밖의 수국 정원으로 갔다. 그동안 수국 한 두 그루 있는 것은 봤어도 이렇게 여러 종류의 많은 수국이 심어져 있는 것은 처음 본다. 가짜 꽃으로 벌 나비를 유혹하는 산수국(용경 해설)도 있다. 인호씨가 열심히 사진을 찍으며 종류를 설명하는데 곧 까먹었다.
사파리 조류원을 가니 공작, 타조 등이 많이 있다. 비록 철망 안이지만 숫공작이 꼬리를 활짝 펴 많은 사람들이 셔터를 눌러댄다. 그 옆의 타조우리에서는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난다.
연못공원으로 갔더니 오른쪽에 연꽃과 왼쪽에 수련이 심어져 있는데 흰 수련 꽃이 피어있다. 연못 뒤에는 인공폭포가 아름답게 흘러내리고 있다. 대부분의 일행이 아름다운 경치에 홀려 발걸음을 천천히 옮긴다. 나는 서둘러 남은 길을 재촉하는데, 호젓한 길 왼쪽에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꼬리를 활짝 펼친 방목 숫공작이 눈앞에 나타났다. 꼬리를 접을까봐 황급히 셔터를 누른 후 천천히 정면으로 이동하여 전체 모습을 담았다. 오늘 정말 재수가 좋은 것 같다.
나오는데 보니 1971년부터 한림공원을 조성하신 송봉규옹 동상이 있다. 누가 이 공원을 조성하신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나셨겠지 했는데, 1930년 생으로 아직 생존해 계신다.
입구로 와 보니 관석이와 완선이가 앉아있다. 버스 주차된 곳에 가 봤더니 5시에 떠난다고 했단다. 왜 4:30분에 버스 타라고 했는데 바뀐 시간을 안 알려주냐고 불평을 한다. Fitbit을 보니 오늘 7.9km 1만2,600보를 걸었다.
5시에 버스 4대가 출발했다. 우리도 출발하려는데 윤섭부부가 안 보인다. 승근이가 초조한 듯 나가서 기다린다. 전화해 보라고 하니 거의 다 왔단다. 왜 늦었냐고 하니 길을 잘못 들어 택시타고 오느라 늦었다고 농담을 한다. 그래도 버스는 5시 정각에 출발했다. 다들 시간을 잘 지킨다.
우리는 왔던 길을 되돌아 신 제주에 있는 식당 화목원으로 향했다.
승근이가 식당 앞 테이블에 호텔 키를 놔 났으니 명단을 보고 챙기란다. 상당히 머리를 쓴 모양새다.
제주 시내 근처로 오니 러시아워라 길이 막힌다. 버스기사님은 러시아워가 아니라 항상 밀리는 길이란다. 시간이 남아 일부러 천천히 가고 있고 버스전용차로가 없어 밀린단다.
화목원에 도착하니 넓은 잔디 광장에 식사 테이블이 연회석 같이 펼쳐져있다. 여성들은 건물 안에서 남성들은 잔디 마당에서 식사를 하란다. 입구 쪽에 큰 테이블이 있는데 호텔 키가 가지런히 놓여 있고 옆에 객실 명단이 있다. 내 방 키를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다들 키를 받으려고 길게 늘어섰다.
나는 혼자 오기 때문에 사전에 코를 안 고는 기영이와 룸메이트를 하기로 해서 같은 방 배정을 부탁했었다. 키 찾는 것을 도와주다 잔디 마당으로 들어가니 벌써 다들 자리를 잡았다. 건물 입구 쪽을 보니 이원규, 경훈, 정렬부부가 앉아 있는데 두 자리가 비어 있어 가서 앉았다. 담소를 즐기다 음식을 가지러 건물 안에 들어가 보니 그 곳에도 동문들이 많이 자리 잡고 있다. 술과 음료는 큰 드럼통 같은 데에 얼음과 함께 들어 있어 맥주와 한라산 소주를 꺼내 왔다.
내 옆의 이원규는 아직 스키를 즐기고 있는 것 같다. 상당한 고수란다. 혼자 온 창용이가 내 옆에 앉는다. 맞은편의 혜원씨가 처음 본 창용이를 보고 너무 동안이라고 한다. 본인 짝꿍도 동안이라고 하니 아니란다. 남의 떡이 더 좋은가? 식사가 끝나갈 무렵 맞은 편 건물 옥상을 보니 사진사 두 명이 올라가 만찬장 전경을 찍고 있다.
나는 일어나서 진영이와 재진이가 있는 다른 테이블에 가 봤다. 한참 얘기하는데 재진이가 선민씨 보고 과일을 좀 가져오라고 부탁한다. 내가 남자가 해야 하는데 하니, 본인이 양 눈이 0.4도 이상 차이나는 부동시라 음식을 집으려고 하면 젓가락이 빗나가서 할 수 없이 부인에게 부탁하는 거란다.
진택이가 어제 낭만의 음식이 어땠냐고 물어본다. 음식이 깔끔했고 특히 코다리찜이 맛있었다고 했다. 본인이 추천해서 신경이 쓰였나보다.
입구 쪽에 상욱, 기섭, 장현, 무형, 재성, 의보 등 친구들이 몰려 벤치에 앉아 있다. 가서 담소를 즐기다 버스에 올랐다
8시쯤 버스에 올라 호텔로 돌아왔다. 버스에서 내리니 버스 기사가 나에게로 와서 내일부터 1호 차로 바뀐다고 한다. 왜 그러냐고 물으니, 승근 대장이 이차에 타고 있어 그렇단다. 그러면 승근이만 1호차로 가면 되지 않냐고 하니 승근이가 자기가 조정하겠다고 한다. 나이 든 운전기사 간에도 알력이 있는가 보다. 1호차 기사가 대장이지만 우리차 기사는 자기가 다 콘트롤 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호텔방에 들어와 기영이와 류현진 게임과 US 오픈을 보다 골아 떨어졌다. 중간에 몇 번 깨기는 했지만...
다음날 관석이 왈 호텔에 돌아 와서 친구 몇 명이서 밖에 나가 술 한잔하려고 했는데, 30명 쯤 모이는 바람에 그냥 호텔 로비에서 늦게까지 마셨단다. 그 무리에 안 낀 것이 다행이다.
6월 18일 화 흐리고 비 제주여행 둘째 날
아침에 밖을 보니 비가 부슬부슬 내린다.
기영이와 함께 아침을 먹으러 내려가 보니 경기 65회는 2층에 전용 좌석이 있다고 한다. 올라갔더니 벌써 많이들 와 있다. 뷔페 음식과 겨란 후라이를 들고 커피를 뽑으러 갔더니 에스프레소 머신이 영 느리게 작동한다. 그래서 토마토 주스만 뽑아 들고 앉았다. 중간에 나와 겨우 커피 한잔을 뽑았다.
옆에 보니 용주가 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본인은 내일이 아버님 49제라서 오늘 올라간다고 한다. 또 기회가 되면 만나자고 했다.
승이를 만나 예전에 외환은행 다니지 않았냐고 하니, 65회 금융기관 모임 삼목회에도 여러 번 나오고 지금은 뉴저지에 살고 있단다. 어젯밤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는데 갑자기 생각이 안나 인사를 못했다고 했다. 승이는 마음이 착해 여행기간 내내 세영이를 에스코트 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아침을 먹고 기영이와 나오는데 1층에는 미리 뽑아 놓은 드립 커피가 있지 않을까 해서 들렀는데 있다. 맛도 원두커피보다 훨씬 좋다.
준비를 해서 8:50분경 버스에 올랐다. 주최 측에서는 비가 많이 올까봐 걱정이 태산이다. 호텔 측에서 비옷을 준비한단다. Mrs. Sarah Jin Lee께서 다급한 듯 레인코트를 가져왔는데 갖고 와도 되냐고 묻는다. 다녀오시라고 하니 숙소가 7층이란다. 괜찮다고 기다리겠다고 했다.
오늘은 516 도로를 통과해 치유의 숲으로 간단다. 516 도로 중간에 숲의 도로가 있는데, 이곳은 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무성한 곳이라, 이를 보존하기 위해 길을 확장하지 않는단다.
10시쯤 치유의 숲에 도착하여 긴 코스 B조가 먼저 모여 떠난다. 트래킹 후 식사 장소가 비좁아 짧은 코스 A조, 긴 코스 B조로 나누었단다. 그런데 B조도 멤버가 많아 B1, B2로 나눈다. 우비를 나눠줘 하나를 받았지만 비는 거의 오지 않는다.
갑자기 중년 여인 한분이 나타났는데 인호씨와 껴안고 난리다. 나중에 알고 보니 미대 출신 고 조기현 부인 유기명 여사란다. 내가 80년대에 뉴욕 근무할 때 한번 만난 기억이 있는데 전혀 못 알아 봤다. 평소에 하는 인사말이 아닌 난생 처음 들어본 인사말인데 나중에 뭐라 했냐고 물어 보니 본인도 기억이 안 난단다. 진영이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나중에 진영이에게 어떻게 아냐고 했더니, 예전에 미대도 공릉동 교양과정부에 다녀서 고 김석기가 연애할 때부터 부인 한두희 여사를 잘 알았고, 인호씨와 세분이 잘 아는 사이란다.
나는 1조로 가려다 짤려서 2조에 포함됐다. 큰 차도로 올라가는데, 뒤에서 승근이가 왜 숲길로 안가고 차도로 가냐고 불평을 한다. 김정호 가이드가 다음 A조와 거리를 벌리기 위해 그렇게 하고 있고 조금 있다가 숲길로 들어선단다. 우리는 가베또롱 치유숲길까지 차도로 걸었다.
치유의 숲은 삼림청 땅이며 서귀포시가 관리한단다. 이곳은 말 목장이었는데 몽골 때 조성되었다고 한다. 태종 때 국영목장으로 지정이 되었고 대동여지도에도 나온단다. 이곳에서 사육된 말이 임진왜란 때 차출되기도 했단다.
가이드가 서어나무를 가리키고 여기서는 이 나무로 표고를 재배한단다. 청량한 새 울음소리가 난다. 휘파랑새 란다. 자세히 보면 돌담이 아래와 위쪽에 조성되어 있는데 그 사이에 말을 방목하여 키웠단다.
호봉이가 제일 앞에서 간다. 뒤에서 너무 간격이 벌어진다고 천천히 가란다. 가이드가 뿌리가 붙은 삼나무를 보여주면서 연리근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옛날 여수의 향일암에서 가지가 붙은 연리지 나무는 봤는데 연리근은 처음이다. 잎이 넓은 식물을 보여주며 이것이 독초 천남성이란다. 예전에 사약 재료로 사용했는데 지금은 약초로 사용된단다. 열매와 뿌리에 독성이 강하단다. 돌담이 조성된 곳이 있는데, 이것이 돼지우리 돗통이란다. 사람 화장실 겸용이다.
이제 부터는 벤조롱 치유숲길이다. 벤조롱의 뜻은 마실 갈 때 여성이 젊게 보이게 치장한다는 뜻이 있다고 한다. 저만치 동굴 같은 것이 있는데 목동의 숙소였단다. 제주 방언으로 목동은 멀쇠란다.
가시나무를 가리키며 도토리가 열리는데, 상수리나무와는 조금 다르단다. 좀 가니 숯가마 터가 나온다. 건천이 있는데 비가 오면 물이 천지연 폭포 쪽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하늘바라기 숲길에서 우리 B2조는 시오름(숫오름)을 올라가는 조와 안 오르는 조로 또 나뉘었다. 시오름(숫오름, 분화구 없이 원추형 오름)으로 올라갔다. 날씨가 흐리고 비가 한두 방울 내린다. 올라가는데 관석이가 사우스 캐롤라이나의 머틀비치 얘기를 한다. 100여개의 골프장이 있는 The seaside golf capital of the US 라는 곳이다. 습지 비슷한 곳이라 포크레인으로 땅을 떠내면 연못이 되고 파낸 흙을 쏟아 놓으면 둔덕이 된다는 곳이다. 골프 마니아들이 자주 가는 곳이다. 나는 한 번도 못 가봤다. 그 동네 사냐고 물어 봤더니 노스 버지니아에 사는데 요즈음은 주로 한국에 와 있단다. 최근에 몸이 안 좋았는데 시오름을 오르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좋아한다.
날씨가 흐려 시오름(해발 760m)에서 백록담만 빼고 한라산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시오름에 올라간 일행들은 삼삼오오 모여 인증 샷을 찍는다.
내려 갈 때는 시오름 뒷 경사면 놀멍 치유숲길을 택했다. 전체가 동백꽃밭 이다. 동백꽃은 12월에서 3월까지가 피크란다. 승근이가 B2 특별반이 65산 회장을 모시고 가기에 시오름도 오르는 기회를 누리고 있다고 생색을 낸다. 가이드 왈 옛날에 제주도가 삼분되어 있었는데, 시오름이 제주목(濟州牧), 대정현(大靜縣), 정의현(旌義縣)으로 나뉘는 경계였단다. 추사 유배지인 대정현에는 우리나라에서 제일로 치는 대정향교가 있는데, 이 향교에 유배 온 추사가 나가 제자를 가르치기도 했단다.
가이드가 풀을 뜯어주며 냄새를 맡아보라고 한다. 이것이 누리장나무인데 원기소 냄새가 난단다. 비슷한 냄새가 났다. 제주사람은 이 잎으로 쌈을 싸 먹는다고 한다. 좀 더 내려오니 힐링센터의 치유샘이 나온다. 마셔도 된다고 해서 손으로 받아 마셔봤다. 물맛이 육지와 좀 다른 것 같다. 옆에서 물바가지가 없냐고 물어 본다. 물바가지는 없다. 혜원씨가 경훈이 보고 마셔보란다. 남편이 마시고 죽지 않는지 보고 마시겠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좀 더 내려오는데 오른쪽은 붉은 죽이고 왼쪽은 얇은 대나무인데 오늘 점심에 먹을 차롱도시락의 바구니를 이것으로 만든단다. 양 옆에 삼나무와 편백나무가 줄지어 서 있다. 누군가가 삼나무, 편백나무는 알러지 성분을 뿜어낸다고 한다.
점심 먹을 장소로 오니 한방에 15명 정도 들어가는 방이 여럿 있어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약 120명 정도란다. 처음에 만난 방으로 들어갔다. 차롱도시락은 호근동 마을에서 만드는데, 1인당 1만 5천원이나 한다. 대바구니에 든 음식은 매우 정갈하고 건강식이다. 내용물은 흰 술 빵 같은 것과 개우주먹밥, 조주먹밥, 전복꼬치, 귤 등이 들어있다.
좀 있으니 현정씨가 들어와 앉는다. 준호는 어디 갔냐고 물으니 찾아 올거라 한다. 태철이가 남는 음식을 싸라고 비닐 봉투를 주고 간다. 양은 좀 많지만 다 먹을 만하다. 준호가 좀 늦게 와서 합석했다.
경희가 4반은 80주년에 따로 만나잔다. 우와 과연 100세에 만날 수 있을까? 진이는 형원씨 덕분에 편히 지내는 등 장가 잘 들었다고 칭송이 자자하다. 현정씨와 형원씨는 편히 말을 놓는 것을 보니 학교 동창인가 보다?
도시락 하나가 남아 있는데, 누가 못 먹을 까봐 현정씨가 걱정을 하니 준호가 몇 개 더 시켰단다. 도시락 서빙하는 아주머니가 앞 팀에서 차롱도시락 대바구니를 아홉 개나 가져갔다고 끌탕을 하고 있다.
나중에 만찬 시에 사회를 본 문일이가 대바구니 9개가 없어졌다고 하니, 진택이가 나서서 대바구니가 모양도 좋아 미국에서 오신 동문들 에게 기념으로 가져가라고 했단다. 대바구니 4개는 회수했고, 5개는 변상해 주었단다.
우리에겐 대바구니를 가져가지 말라고 사전에 알려줬는데, 앞 팀에는 전달이 안 된 것 같다.
오후 1:30분에 5, 6호 차에 탑승하여 떠난다고 하니 B조가 하나둘 모여 든다. 이제 본태박물관으로 간다. 점심 식사장소나 박물관이 좁아 전체 인원이 함께 움직일 수 없어 A, B팀으로 나눴단다.
다시 버스를 타고 약 15분간 이동하여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본태박물관을 관람했다. 관람순서는 5관 기획전시 불교, 4관 꽃상여 꼭두, 3관 쿠사마 야요이, 2관 현대미술, 1관 전통공예 순으로 보라고 한다.
5관 및 4관에는 많은 유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3관으로 갔다.
3관에는 쿠사마 야요이의 무한 거울방-영혼의 반짝임, 노란 호박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쿠사마 야요이는 어려서부터 정신 질환을 앓았다고 한다. 정신착란 증상으로 사물이 보통 사람이 보는 것과 달리 보였단다. 여성이라 관심을 덜 받아 전시회를 개최하기 어려웠는데, 나체 시위를 한 후 전시 기회를 얻었다고 한다.
1, 2 전시실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물이다. 동쪽 성산 일출봉 앞의 섭지코지 유민박물관 건물 보다는 못하지만, 나름 독창성을 보유한 건물이다. 안도 다다오는 대학을 안다닌 특이한 이력을 갖고 있다.
2전시실 1층에는 추상작품이 전시되어 있고 2층에는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작품이 있다. 젊은 엄마들이 간난 애기를 안고 관람하면서 서로 인증 샷을 찍어 주고 있다. 전시실 2층에서 밖을 보니 원규부부가 연꽃 연못 옆에 있다. 아직 A팀이 호텔로 떠나지 않은 것 같다. 1관은 소반, 궤 등 전통가구와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다.
맨 아래층에는 카페가 있는데 우리 친구들이 모여 커피, 빙수 등을 먹으며 담소하고 있다.
밖에 나오니 앞에 원규부부와 기영이가 걸어간다. 뒷모습을 찍었다. 만나서 안도 다다오 건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줬다. 원규부부를 찍을 때 연사로 찍으니 서영준 여사가 잘 못 나올까봐 놀란 표정을 짓는다.
길거리를 보니 우리 버스 여섯 대가 다 서 있다. 그래서 원래 우리차인 3호차에 올랐다. 주체 측의 약간의 혼선이 있었으나 다들 잘 찾아온다. 그런데 백인걸부부만 없다. 차장 통신망으로 찾으니 5호차에서 내려 급히 온다. 천천히 와도 되는데....
T맵으로 검색해보니 4시 경에 호텔에 도착할 것 같다. 시간이 충분하니 호텔에 들어가 부인들은 벤조롱호게 차리고 4:45분에 난타극장 앞에서 티켓을 받으라고 했다. 그런데 호텔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호텔지원팀이 난타 티켓을 나눠준다.
호텔방에서 트래킹으로 난 땀을 씻어내고 좀 쉬었다가 공연장으로 갔다. 공연장 앞에는 평창만큼은 아니지만 흰 메밀꽃 밭이 넓게 펼쳐져 있다.
오랜만에 홍성제가 보인다. 반갑다고 하며 요즘 어디에 있냐고 하니 제주도에 산단다. 그래서 얼굴 보기가 어려웠었나 보다. 예전과 같이 슬림한 체형을 유지하고 있다.
공연장은 평일인데도 꽉 찼다. 그동안 난타를 볼 기회는 있었으나, 집사람과 딸내미가 먼저 보는 바람에 혼자 보기도 그렇고 해서 아직 못 봤다. 공연의 질은 내 기대에는 다소 못 미쳤으나 좋았다.
이번 50주년 여행은 제주에서 그동안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로 꾸며져 있다. 내일 일정도 마찬가지다. 공연이 끝나 화장을 고치러 가니 남자 화장실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마치 국가대표 축구시합 때의 운동장 화장실처럼 줄이 길다. 반대로 여자 화장실 줄은 거의 없다. 남자들이 더 많이 구경 왔나?
난타 공연 후 입구 옆 홀에서 Fairwell Party가 열렸다. 입구에 들어서니 뷔페 음식을 배열 하고 있는데, 벽 모니터에서는 학창시절 사진이 화면에 나오고 있다. 다들 그걸 보느라 천천히 걷는 바람에 연회장으로 들어가기가 어렵다.
용경이가 많은 시간을 들여 만든 작품이란다. 나도 없는 사진 중에 졸업 앨범 복사본을 내놓기는 했다. 나는 의외로 친구와 찍은 학창시절 사진이 별로 없다.
나는 영우, 성주, 경희, 시연부부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며칠이 지나서 그런지 다들 친숙해져 있다.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즐기려는데 밴드의 소음이 너무 크다.
문일이는 연일 사회를 보느라 여념이 없다. 비행기 좌석 머리맡에 붙어 있던 것을 떼어와 흔들며, “여행이란 장소를 바꾸어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 주는 것이다.” 라는 아나톨 프랑스의 말을 인용하여 인사말을 이어 나간다.
테이블에는 몬테스 알파 두병, 맥주 6병, 한라산 소주 2병 그리고 혼자 온 호봉이가 제공한 허벅주가 올라와 있다. 나는 와인을 따서 따랐다. 양옆에 앉은 친구들은 투병 역사가 있어 따르는 양을 조절했다.
호봉이가 지나가 길래 제주 허벅주 잘 마시겠다고 하니, G20 만찬 때 쓴 술이란다. (주)한라산에서 만든 희석 증류주다. 도수는 35도며 허벅에 담겨 있다. 외국인들은 술이 투명해 크리스털이라고 부른단다.
오랜만에 영우를 만나 예전에 도시락에 싸온 파김치를 잊을 수 없고 그 후 그런 맛을 못 보았다고 했더니, 김영숙 여사가 시어머님이 딸이 없어 전수가 안 되었다고 한다. 며느리가 배워도 되는데...
이야기는 영우의 암 투병으로 이어졌다. 별 증세가 없었는데 암 비슷한 것이 발견되어 영상학과 의사인 부인에게 보이니 문제가 있는 것 같아 이 분야 전공인 딸에게 보여 주고 수술을 받았단다. 폐암이 4cm나 되어서 다른 곳으로 전이될 가능성이 매우 컸단다. 수술실에서 예상보다 집도의가 빨리 나와 가족들이 맨붕에 빠졌는데, 기적적으로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단다. 오른쪽 폐는 세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하나를 떼어 냈고 이미 4년이 흘러 내년이면 완치 판정을 받는단다. 여기 오기 전에 대강의 내용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술도 마실 수 있다고 해서 계속 따라줬다.
내 왼쪽의 성주도 와인을 계속 마신다. 예전에 65산을 따라 덕소의 전원주택을 들른 적이 있다.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다고 한다. 그때 라벤더를 많이 키우고 있었는데, 지금은 라벤더 밭이 더 커진 것 같다. 당시에 장모님을 모시고 있다고 들었는데... 유채영 여사께 한번 집에 가서 폐를 끼친 적이 있다고 얘기했다.
성주에게 합창단 지휘자 이홍구를 아냐고 물어 보니 밴드반원이었는데 64회뻘이란다. 2학년 때부터 우리랑 같이 공부했단다. 65회 밴드부원들이 홍구한테 빳다를 맞았단다. 좀 있으니 홍구가 지나가서 인사를 했다. 본인은 나를 알고 있다고 한다.
이야기는 3학년 때 반 대항 축구 시합으로 흘러갔다. 나는 결승전에서 골키퍼를 보았는데 승부차기에서 영우가 자기가 페날티 킥 차는 방향을 잘 아니 나 대신 골리를 보겠다고 해서 양보했다. 결과를 기억하지 못해 어떻게 되었냐고 물어 보니 우리가 경희와 영우가 포드로 뛰면서 우승을 했다고 한다. 아마 나는 승부차기에서 골키퍼에서 빠져 내 기억에서 지워졌나 보다. 사실 나는 축구를 많이 해 보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스하키, 송구, 배구 등 구기 운동을 잘 하는 편이라 골키퍼에 선정되어 결승까지 올라갔다. 그때 영우는 펠레처럼 축구를 잘했다. 물론 경희도 잘 했지만...
영우 와이프 김영숙 여사는 나보다도 와인 잔을 빨리 비운다. 내가 신경을 잘 못 쓰니 영우가 와인을 따른다.
용경이 옆에 앉아 식물을 어찌 그리 잘 아냐고 하니 야생화 사진 찍으러 많이 다녔단다. 그리고 연승이 얘기로 이어졌다. 연승이를 최근에 몇 번 가서 만나봤단다. 나도 가 볼껄. 한국은행에 우리 동기가 조용경, 정연승, 현오석, 오성균, 나, 한해 뒤에 김두원이 들어와 모두 여섯 명이 다녔다. 네 사람은 일찍 이직하고 성균이가 제일 오래 다녔다.
우리 동기들 가족과 한은의 인연도 많다. 나의 할아버님, 아버님, 어머님, 매형, 이원규, 백인걸, 김두원 부친, 그리고 태철이 동생 장태봉국장, 백은희 여사 이모부께서도 한은에 다니셨단다. 나의 어머님은 한은으로 바뀌기 전 조선은행에 다니셨지만.... 나의 어머님과 원규 어머님은 한은 사택이 있었던 후암동 모임 멤버이셔서 우리 집에도 많이 오셨다. 그래서 어렸을 때 많이 뵈었다.
진택이가 불려나갔다. 한곡 뽑기 전에 자기가 연출한 공연에 오지도 않은 사람이 예전보다 목소리가 좋아졌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혼을 낸다. 이어서 지난 토요일에 못 다한 판소리를 부른다. 역시 명창이다. 공연이 끝나자마자 찾아가 내가 몹쓸 소리를 했노라고 사과를 했다. 사실 나는 한 번도 정식 판소리 공연을 가 본 적이 없다.
합창단이 합창을 준비한다. 나간 멤버들을 보니 인원이 준 것 같다. 연주복을 안 입은 틈을 타 경희 옆에 나가 섰다. 비록 화음은 넣지 못하지만 고향의 봄과 소나무야 가사는 알고 있다. 합창을 끝내고 들어오니 혜원씨와 서영준 여사가 왜 나갔냐고 한마디씩 한다.
진철이와 정연이가 불려나가 한곡 조 씩 뽑는데 앙코르 소리가 메아리 친다. 성렬이는 첫날부터 밴드에 기타 독주를 하느라 여념이 없다.
성태가 불려 나간다. 미주 동문들에게 영어 문제를 냈다. 다음날까지 인구에 회자된 문제는 울 엄마를 영어로 뭐라 할까요? 답 Miami. 왜 울어를 영어로 뭐라 할까요? 답 Waikiki.
동산 부부도 불려 나갔다. 훌러워가 춤에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잠깐 한눈 판 사이에 공연이 끝났다.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어 정지동작만 보여 줬단다. 나중에 태철이가 올린 사진 중 정지동작 사진이 있다.
보내준 동영상을 보니 종부부부가 백은희 여사의 노래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종부는 학창 시절 나의 바둑 사부다. 수업시간에 공책에 흑 9점을 깔고 두었는데 판판히 졌다. 그래서 바둑 정석집도 사서보고 했는데도 집에 바둑 두는 사람이 없어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당시 종부는 아마 1단 쯤 되었는데, 지금은 안 둬 3급 정도 실력이란다.
조장현회장이 마무리 멘트를 한다. 추진위원회에 감사한다는 말과 함께 올해 김민기의 학전에서 가족의 밤을 개최하려고 한다고 선언한다. 민기가 우리를 위해 특별히 연극을 올리려고 한단다.
공식 만찬 일정은 끝났지만 원하는 사람들은 좀 더 놀아도 된단다. 나는 문일이에게 노래 한곡하고 싶다고 오퍼를 냈더니 제일 먼저 하란다. 노래가 끝나니 74점이란다. 동문들이 줄줄이 무대에 올라간다. 조금 더 있다. 호텔로 돌아 왔다.
호텔로 돌아와 잘 준비를 하는데, 핸드폰이 안 보인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도 사용했는데... 기영이 보고 전화를 해 보라고 했는데, 방에서는 벨이 안 울린다. 난타를 보면서 진동으로 해 놓은 생각이 난다. 다시 한번 전화를 했다. 연결은 되는데 음악소리만 난단다. 할 수 없이 다시 만찬장으로 갔다.
그 사이에 만찬장은 다섯 테이블 정도만 남기고 다 치워졌다. 남아있는 테이블 위에는 없다. 친구에게 나한테 전화해 보라고 하니 손목에 찬 Fitbit에서 전화 왔다고 진동이 울린다. 근처에 있다는 신호다. 다시 전화를 하니 태철이가 핸드폰을 들고 온다. 다행이다. 나중에 물어보니 행사가 끝나 정리를 하는데 누가 바닥에 핸드폰이 떨어져 있다고 전해 줬단다.
아직 Mrs. Helen Hyenyne Lee는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나중에 보내온 사진을 보니 재찬이와 와인을 병째 나발을 불고 있다. 또 명진이가 밤에 선그라스를 쓰고 한곡 불러 젓힌다. 문일, 종부, 영구, 호병, 준호, 장현도 함께 나가 합창을 하고 있다.
11:53분 태철이가 전원 호텔 로비로 왔는데, 그 후는 나도 모르겠다는 문자를 보내온다. 아마 더 음주를 이어간 동문들이 있는 것 같다.
Fitbit을 보니 오늘 10.4km 17,500보를 걸었다.
6월 19일 수 맑음 제주여행 마지막 날 (169명 참석)
오늘은 제주도 행사 마지막 날이다.
잠이 일찍 깨어 새벽 산책을 나갔다. 맨 왼쪽 엘리베이터를 타니 왼쪽 창 너머로 제주시가 보인다. 호텔 로비에 내려오니 영원이가 AirPods를 귀에 끼고 명상을 즐기고 있다. 수인사를 나누고 밖으로 나가니 날씨가 어제와는 달리 청명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본 호텔 옆 산책길을 찾아 주차장 쪽으로 갔는데 길이 없다. 주차장에는 전기차 충전시설이 있다. 돌아오는데 호텔 맞은편에 "제주별빛누리공원" 팻말이 보인다. 누가 천문대가 있나 보다 했는데, 그 말이 맞다. 호텔 앞 큰 길로 나가 조금 올라가니 난타 공연장 벽에 Since 1997이라고 씌어있다. 난타가 오래된 것은 알았는데, 20년이 넘었는지는 자세히 몰랐다.
왼쪽 한라산CC 주차장으로 들어서니 직원들이 차를 몰고 출근하는 것이 보인다. 프런트에서 살펴보니 주중 그린피는 10만원이 조금 넘는다. 평일 새벽이라 그런지 골프 치러 온 사람이 거의 없다. 밖으로 나가 애꿎은 트래킹 화만 에어건으로 먼지를 날려 본다. 10번 홀 카트도로를 걸어봤다. 10번 홀 그린에는 퍼팅그린을 고르는 차가 작업을 하고 있다. 돌아오는데 오토바이 순찰대가 온다. 나를 잡으러 오는 줄 알았는데 그냥 간다. 아마 백발노인이라 봐준 것 아닐까?
퍼팅 그린에는 제비 떼가 몰려 앉아 있다. 정말 오랜만에 제비를 본다. 요즘 제비는 제주까지만 오나 보다, 수도권에서는 최근에 본 적이 없다.
호텔로 돌아오니 1층에 휘트니스 센터가 보인다. 유리창 너머 자건거 타는 사람이 있는데, 자세히 보니 성주다. 수인사를 하고 들어왔다. 나중에 알았는데, 영하와 성주가 오늘 일정을 같이 하지 않고 제주를 떠났다고 한다.
아이폰 고도계를 보니 고도가 380m에 호텔이 위치해 있다. Fitbit을 살펴보니 새벽에만 3,300보를 걸었다.
샤워를 하고 기영이와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갔다. 오늘은 1층 식당으로 갔다. 어제 2층보다는 분위기가 좋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한석이가 옆에 앉는다. 한석이 부인 정강자 여사는 어제 떠났단다. 한석이는 영월에 있는 병원관사에 머물고 있는데, 저녁은 본인이 해 먹는 경우가 많단다. 요즈음도 하이원이 옆에 있어 스키를 자주 타냐고 물어 보니, 겨울에 노인들이 수술을 많이 받아 그 좋아하는 스키를 자주 타지 못한단다.
식당을 나오면서 보니 로비에 호텔 옆 산책길로 나가는 문이 있다.
8:50분 경 버스에 오르니 기사가 원규, 순신이가 적혀 있는 종이를 보여주며 60개 들이 오메기 떡을 사려면 여기에 이름과 몇 박스라고 적고, 종류를 두 가지로 하려면 30 30이라고 쓰란다. 돈은 1박스에 3만원을 자기에게 주면 비행기에 들고 탈 수 있도록 포장하여 준단다. 친구들에게 얘기 했더니 커미션을 받냐고 물어 본다. 원규가 어제 기사가 우리만 오메기 떡을 준 줄 알고 다른 차 탄 사람에게 자랑했더니 다들 받았단다. 내가 기사를 띄어 줄라고 기사가 사왔다고 했다고 하니 썩소를 짓는다.
좀 있으니 다 내리란다. 마지막 단체 사진을 찍는단다. 혜원씨가 얼굴 큰 사람은 뒤로 가란다. 경훈부부 둘 다 얼굴이 작다는 자랑이다. 사진사가 부분부분 찍으니 다 안 나오겠다는 한숨 소리가 들린다. 내가 며칠 전 들은 대로 부분 컷을 CG로 합성한다고 알려줬다. 나중에 보니 깜쪽 같다.
9시 좀 넘어 버스가 떠났다. 우리는 섭지코지 근처의 빛의 벙커로 간다. T맵에는 도착 9:54분이라고 찍힌다. 우리 버스는 최근 길을 넓힌다고 비자나무를 잘라버려 환경훼손문제가 된 길을 통과하여 간다. 생태환경훼손 현장을 지나갈 때 일행에게 보라고 알려줬다. 원규가 비자나무가 어떤 종류의 나무냐고 묻는다. 나에게는 매우 어려운 질문이다. 인터넷을 찾아 비자나무로 만든 바둑판이 최고라고 했더니, 무슨 과냐고 묻는다. 다시 찾아 주목과라고 알려줬다. 원규가 자기가 검색해도 되는데, 나를 골탕 먹이려고 작정한 모양이다.
승근이가 빛의 벙커 측에 9:54∼55분경 도착하니 안내해 달라고 전화했다. 9:55분에 빛의 벙커에 도착하니 관계자가 나와 길을 유도한다. 기사가 정확하게 시간을 맞췄다고 자랑한다. 버스 출발시간까지는 두 시간이나 남아 관람을 하고 빨리 나오면 눈치를 봐서 버스를 타라고 했다. 그랬더니 승근이가 12시 출발이라고 정정한다.
빛의 벙커는 폐기된 축구장 절반 크기의 국가통신 비밀 벙커에 절대 소리 차단의 방음 효과를 이용, 프랑스의 몰입형 미디어 아트 AMIEX (Art & Music Immersive EXperience) 방식으로 수십 대의 빔 프로젝터와 스피커로 벽에 영상을 쏘아 관객을 거장의 미술 작품과 음악에 몰입하게 했다. 나에게는 난생 처음 느껴보는 감동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빛의 벙커 입구에서 설명을 읽어 보는데, 양이 아주 많아 주마간산으로 읽었다. 크림트, 훈데르바써, 에곤 쉴레 등의 설명을 읽었다. 창용이가 옆에서 에곤 쉴레가 크림트보다 더 유명하단다.
상영 시간은 클림트 관련 40분, 훈데르바써 10분이나 관객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50분 이상을 관람하고 나간다.
한참 관람을 하는데 기남이가 이리와 보란다. 가보니 우리 춤을 전공하신 임감독 부인 전 동덕여대 교수이자 중요무형문화재 제 27호 승무 예능보유자인 이애주 교수의 동생인 이애경 여사가 춤을 추고 있다. 집에 와서 “한송의 세상살이” 네이버 블로그에 들어가 보니 용경이가 해설을 붙여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하고 있다.
나중에 진택이에게 물어보니 춤사위라기 보다는 한국무술 품새 형태란다. 많은 분들이 넋을 놓고 관람한다. 끝나니 관객들이 박수를 치는데, 단번에 보안요원이 와서 박수 등 소리를 내면 안 된다고 경고한다. 임감독은 부인의 춤사위를 카메라 동영상에 담고 있다. 좀 후에 다른 장소에서 또 춤을 춘다.
규복이 부부는 전임 국립현대미술관관장(정형민 여사)께 해설을 들으며 관람하고 있다. 명진 왈 요즈음은 음악과 그림이 같이 간다고 한다. 좀 전에 와그너 음악이 나온 후 왈츠로 바뀌면서 비엔나가 나오고 크림트 등으로 이어지는 스토리란다.
의보는 클림트 팬인 것 같다. 한군데 앉아서 크림트 그림이 바뀔 때마다 핸드폰에 담고 있다. 진영이는 이 공연을 어떻게 제작했는지 전혀 상상이 안 간다고 했다. 오석이는 넓은 공간에 여러 대의 빔 프로젝터로 아이멕스 같은 방식으로 제작한 것을 유럽 사람들이 좋아할지 잘 모르겠다고 한다.
11시 좀 넘어 밖으로 나왔는데 아직 출발 시간 12시까지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아있다. 그래서 바움 커피박물관에서 커피를 한잔하기로 했다. 커피를 시키고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11:20분 쯤 태철이가 11:30분에 떠난다고 공지하고 다닌다. 커피가 나오지도 않았는데.... 커피가 나오자마자 승근이가 버스에 탑승하란다. 허겁지겁 커피와 창용이가 사온 쉬폰 케이크를 먹고 버스를 탔다.
시간이 조금 남아 식당으로 가는 길에 해안도로를 통과하여 김녕 해수욕장을 들러 쉬었다 간단다. 가는 길에 묘령의 여인이 수영복차림으로 해수욕을 한다. 해녀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자, 승근이가 등판을 내 논 해녀도 있냐고 핀잔을 준다. 기사가 요즈음은 40∼50대 해녀도 없고 다들 70이 넘었단다.
문철이는 일주일 전에 자전거를 타고 제주에 왔단다. 아마 배로. 성제는 제주도에 사는데 어디 사는지는 모르지만 제주시에 1시간 만에 왔단다. 제주도에서는 1시간이면 어디나 다 가는 것 아닌가?
차창 밖을 보니 길에 파래를 말리고 있다. 요즈음 일본에서 파래를 안 사가서 처치 곤란이란다.
김녕 해수욕장에서 15분정도 바다구경을 하고 12:50분에 식당으로 출발한단다. 백사장은 진짜 모래가 아니라 조개가루라 잘 안 떨어진단다. 어떤 기사 분은 해변에 들어가지 말라고 했단다. 우리 일행 중 일부는 말을 잘 들어 모래사장에 발을 안 들인다. 반면 승이는 아예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있다.
나는 바닷가까지 갔다가 나와서 트래킹 화를 벗어 털었는데 진짜 모래가 잘 안 떨어진다. 우리 차 기사분도 우리가 타자마자 에어건으로 모래를 날린다. 한 가족은 바닷가에서 드론을 띄어놓고 가족동영상을 찍고 있다.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고희 노인들은 최신 트렌드를 쫒아가기 정말 힘들다.
나중에 종범이가 보내온 스냅 사진이 마음에 든다. 티셔츠 색을 보니 마지막 날 버스에서 찍은 것 같다.
점심은 첫 날 점심식사를 한 토끼와 거북이 식당을 지나 도두동에 있는 등대와 바당에서 회를 먹는단다. 내가 등대와 바당이라는 식당으로 간다고 하니 바다라고 고쳐준다. 기사가 바다가 제주 말로는 바당이란다. 제주에 오름이 몇 개가 있냐고 물어보니 366∼368개가 있다고 한다. 사람마다 오름의 정의가 다른가 보다.
우리 3호차는 1:45분 경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앞에는 주차된 버스가 없었다. 우리 기사님은 우리가 제일 빨리 왔다고 좋아한다. 내려서 식당 안을 보니 우리 일행 들이 가득 차 있다. 버스가 일행을 내려주고 뒤쪽에 주차를 한 모양이다. 들어가니 식당에서 몇 명이냐고 한다. 28명이라고 하니 4분은 2층으로 가란다. 승근이가 2층으로 가겠단다. 나는 1층에 상수, 중철(내가 식사 중에 중원이라 불러 미안하다.)부부가 있는 테이블에 앉았다. 원규, 동산 부부와 창용이가 앉았다.
회가 나온다. 초밥의 주먹밥, 전복, 문어, 게장, 멍게, 고등어와 갈치 회와 메인 디쉬인 도미 회 같은 것이 나왔다. 창용이가 왜 막장이 있냐고 묻는다. 경상도 사람들은 고추장이나 와사비 간장 대신 막장에 와사비를 풀어 찍어 먹는다고 얘기해 줬다. 초밥 밥덩이는 본인이 원하는 생선을 얹어 즉석 초밥으로 탄생했다. 고등어 회가 매우 싱싱하다.
원규는 어제 만찬장에서 남은 허벅주 두병을 가져 왔다며 따라준다. 물론 한라산 태극기 소주도 시켰다.
오랜만에 동산이와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 나의 아버님은 동산이 아버님과 학창시절에 같이 하숙을 하셨다. 그래서 사냥을 좋아 하시는 동산이 아버님이 사냥 후 꿩, 노루 등을 보내 주셔서 잘 먹었다. 그런데 어느 날 기러기 한 마리를 보내 주셨다. 어머님께서 어떻게 요리를 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시니, 아버님께서 집 동네의 허름한 미승루라는 중국집에 요리를 부탁해 보라고 하신다. 다들 반신반의하며 보냈는데 훌륭한 튀김 요리로 변신해 와 맛있게 먹은 기억이 난다.
이야기는 블랙풀 댄스페스티벌 대회 이야기로 넘어갔다. 동산이는 작년에 블랙풀 시니어 모던 4종목 프로암대회에서 1위를 하고, 올해는 부부가 블랙풀 50세 이상 시니어 모던 4종목 대회(프로, 아마 모두 출전 가능)에 참가하려고 매일 3시간씩 열심히 연습했단다. 그런데 연습 막바지에 정영 여사가 발목을 다쳐 출전을 고민하다가 상태가 호전되어 약을 복용하면서 출전하였단다. 올해는 221팀이 출전하여 133팀이 2라운드 진출하였는데, 동산이 부부도 무난히 2라운드에 진출하였단다. 프로를 포함하여 50세 이상이 겨뤘다는데, 고희 노인의 굉장한 실력 발휘다.
참고로 블랙풀 댄스페스티벌은 영국 중서부 Blackpool이라는 소도시에서 1920년부터 제2차 대전 때만 빼고 매년 5월말에 열리는 유서 깊은 대회다.
동산이가 생각보다 술을 잘한다. 남들이 보면 자주 같이 술을 먹는 줄 알겠으나 졸업 후 술을 같이 먹어 본 것은 처음이다. 비록 낮이었지만...
식사 후반부에 승근이가 2층에서 내려온다. 원규가 허벅주 한잔을 권한다. 승근이는 일정이 다 끝나가니 예의 활달한 모습으로 바뀌어 간다. 준호가 내려와 어제 규복이가 테이블 위에 있는 허벅주를 못 보고 못 마셨단다. 원규가 남아 있는 술을 따라 준호에게 전달하라고 한다. 규복이가 절대 허벅주를 놓칠 리 없을 텐데 이상하다.
식사가 끝난 후 4:30분 비행기로 광주에 가는 영우부부가 콜택시를 불렀다. 택시가 빨리 안와 식당 여사장님이 운전하는 차로 공항으로 3:20분경 떠났다. 3:30분에 버스가 떠난다는 멘트가 왔다. 등대 구경간 사람들까지만 기다린단다. 나도 등대 쪽으로 가 보았다. 바다 내음이 물씬 풍긴다. 이제 시간이 되었다고 돌아오란다. 경훈부부 사진을 찍어주고 등대 쪽에 우리 일행이 남아있는지 확인하고 버스로 돌아왔다. 이틀 전보다 4명이 준 26명이다. 공항에 도착하니 무척 혼잡하다.
우리 일행은 5:20분 김포행 제주항공 7C 0122의 티켓팅을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섰다. 중간에 보니 1호차는 신분증을 먼저 걷어 단체 티켓팅을 한단다. 3호 차에서도 내가 내린 후 신분증을 걷은 모양이다. 티켓팅을 하고 1A에서 탑승을 기다렸다.
옆에 용경이가 앉아 있다. 야생화 출사를 많이 해 혼자 다니냐고 물어보니 부인이 사진에 있어서는 더 고수란다. 여러 번 입상도 했다고 한다. 용경이가 일주일에 한번 데이터뉴스에 조용경의 야생화산책을 싣고 있다고 한다. 한 번에 사진 세 컷과 5쪽의 원고를 싣고 있단다. 100회 정도의 기고문을 책자로 내면, 차례를 포함해 320쪽 정도의 책자를 발간할 수 있어 그리 해보려고 한단다. 그리고 네이버 블로그 “한송(寒松)의 세상보기”도 운영하고 있단다.
이제 탑승이다. 승근이가 김포에 내려서 보잔다. 비행기속에서 동산부부가 내려서 인사를 못 할지도 모른다며 작별 인사를 한다. 26D에 앉으니 재진부부가 오는데 이산가족이란다. 흔쾌히 좌석을 바꿔주었다. 승이와 Mrs. Clara Lee가 옆에 앉아 있다. 여기도 이산가족이다. 내릴 때쯤 Mrs. Lee께 어려운 걸음 하셨다고 했더니, 언니가 몸이 안 좋아 겸사겸사 왔단다. 그리고 한국경제를 걱정한다. 간단히 우리경제가 처한 어려움을 설명해줬다.
비행기가 김포에 착륙했다. 원규는 딸내미가 좀 전에 인천공항으로 귀국하여 김포공항에서 픽업하려고 기다리고 있단다. 이렇게 2박 3일의 50주년 대장정 행사가 마무리되었다.
나는 경기도 버스 앱을 열어 보니 약 30분 간격으로 배차되는 20번 준급행 버스가 15분 후 김포공항에 도착 한단다. 비행기에 내려 인사도 못하고 버스 정류소로 총총걸음으로 갔다. 5분 정도 기다리니 20번 버스가 온다.
버스에 올라 앉아 있는데 귀영부부가 올라온다. 3호 차에서 2박 3일간 같이 움직였던 4반 일행이다. 본인은 장기동까지 간단다. 나는 거의 종점에서 내린다고 했다. 귀영이가 내리는데 보니 내 아파트에서 1km도 안 떨어져 있고, 집에 와서 주소를 체크하니 나와 같은 운양동이다. 아마 운양동이라 하면 내가 못 알아 들을까봐 오래된 장기동이라고 했나 보다. 코앞에서 살면서도 서로 몰랐다. 집 앞에 내리니 Fitbit Watch Tracker에서 오늘 만보를 걸었다고 축하 메시지가 뜬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기섭이가 그사이에 장인께서 돌아가셔서 18일에 서울로 올라왔고, 장현이와 준호, 준평이가 19일 도착하여 문상을 다녀왔단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여행이 끝나고 온 이진영의 문자
<떠나는 65친구들에게>
만나서 반가웠네 할 얘기는 무지 많았지만 눈빛으로 가슴으로 대신하고 이제는 모두 있던 자리로 돌아가야 하겠군. 잘 가게나 짧은 만남이었지만 즐거웠네, 다시 볼 그날까지 살아 있어야 해.
EPILOGUE
그동안 행사를 위해 일 년 이상 고생해준 조장현 회장, 이준호 준비위원장, 유승근 집행대장과 임경희, 신기섭, 이경훈, 장태철, 곽진철, 유성렬 등의 분과위원들과 이홍구지휘자와 합창단원, 65 앙상블과 장해성 단장, 임문일 사회자, 임진택 명창께도 심심한 감사를 표한다. 나에게는 이번 여행이 그동안 못 봤던 친구들도 보고 예전에 보지 못한 곳을 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장소 선정위원께도 감사 인사를 드린다.
또한 비싼 경비를 들여 한국을 찾아준 미주 동문부부께도 감사드린다. 이번에 오신 미주 동문 부인들께서는 조금 조심하시는 것 같다. 2015년 여름 벤프 여행에서 김두경 때문에 내밀한 속사정이 미주알고주알 파 헤쳐졌기 때문이 아닌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번에도 동문들과 많은 접촉은 못했지만, 내밀한 얘기까지 글을 올리게 되어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부디 큰 아량으로 용서해 주시길.....
부인 호칭은 65산 멤버는 씨, 국내 동문은 여사, 미주 동문은 남편 성을 쓰고 있어 Mrs.로 사용했다.
<참고> 이번 졸업 50주년 기념행사에 수고해준 동문들 명단
50주년 추진위원장 이준호
1분과(총괄기획, 재무)
위원장 조장현, 곽진철, 송두영, 김낙중
2분과(홍보, 동창명부 작성)
위원장 임경희, 이경훈, 이종범
3분과(총회행사)
위원장 임진택, 유성렬, 임문일
4분과(제주여행 계획)
위원장 유승근, 장태철, 이진영, 전상국
5분과(기념문집 발간)
위원장 신기섭, 남상욱, 장태평, 조용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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