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8차 서울대공원 테마가든-둘레길
2023년 5월 28일 10시.
서울대공원 역 2번 출구.
참가자 : 9명 + 1 + 2
: 이경훈/우혜원,정종현,유영하,허연회,신기섭,장태철,유승근,조진 + 신현식 + 임종부,노상조.
10 : 10 : 9명 대공원 역 출발.
10 : 30 : ‘호숫가 전망 좋은길’ 나무계단 오름길 입구.
10 : 48 : 테마가든 입구 도착.
10 : 58 – 11 : 55 : 신기섭,신현식,임종부,노상조 기다려 합류 후 테마가든 관람.
12 : 15 – 13 : 00 : 동물원 둘레길 ‘다람쥐광장’ 입구 등나무 아래 벤취 간식.
: 배, 고구마, 마들렌빵,과자,호두과자 땅콩 등, 라면, 소주 , 신.s 커피.
13 : 15 : 동물원 입구 호수둘레길 시작.
13 : 45 : 대공원 정문 도착. 산행 끝.
14 : 05 – 15 : 55 : 사당역 7번 출구 근처 ‘항아리김치찌개’ 점심 겸 뒤풀이.
: 소주,막걸리,맥주,삼겹살구이,김치찌개, 공기밥,라면사리.
아래는 변함 없이 신기섭 시인의 산행후기 입니다.
<948차 서울대공원 테마파크 호숫가 우중 산책>
5.28(일) 10시 대공원역, 유회장이 비가 오니 2번 출구 아래서 만나자 했는데 도착해 보니 유회장만 보인다. 시작부터 꼬이는 것 같아 '어찌된 거냐?' 물으니 이상하단다. '위에서 기다리는 것 같으니 내가 올라가 보겠다' 하니 같이 가 보잖다. 제법 긴 에스컬레이터 타고 올라와 보니 장태철총무 이경훈우혜원부부
정종현 허연회 유영하 조진이 우산쓰고 옹기종기 모여있다. 후덥지근해 다들 올라 왔단다. 신현식대장은 30분 늦는다 했고 노상조는 뜽금없이 '이촌' 지난다 연락 와 '따로 만나자'며 먼저 9명이장미화원을 향해 출발했는데 십리도 못가 발병 난다고 얼마 못 가 임종부로부터 오고 있다는 긴급구조신호?가 왔다.10시18분.
미국에서 왔고 대공원지리 어리버리해 내가 솔선해 기다려 주겠다 답하고 발길 돌려 2번 출구 위로 되돌아 갔는데 다음이 문제.
종부는 집이 방배동이라 곧 올 것 같았는데 10여분 더 기다려도 도무지 나타나지 않아 콜해 보니 에스컬레이터 탔단다. 그런데 또 나타나지 않는다. 다시 5분여 기다리니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는데 화장실 갔다왔단다. 내가 마치 장관 기다리는 수행비서된 기분.
이렇게 '장미와 작약 향기 흠뻑 취해 걷는 테마가든'은 애초부터 삐그덕~거렸는데 둘이 출발하려니 어렵쇼? 상조가 남태령 지난다 문자 와 이왕 기다리는 김에 더 기다렸는데 한참만에 신현식과 같이 에스컬레이터 타고 태연히 올라온다. 종부나 상조나 미안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아 나랑 체질이 다르구나' 약간 위화감?이 느껴져 둘이 대화하며 오도록 붙여주고 핸드폰 놓고 와 되돌아갔다가 늦어진 현식이와 부지런히 친구들이 기다리는 테마가든에 다달아 뒤돌아보니 종부 상조가 20m쯤 나란히 뒤따라 오고 있어 민증 제시하고 들어가려니 어렵쇼? 갑자기 둘이 행불! 폰해 보니 일행을 못 보고 어리버리 그냥 지나쳐 올라가버린 것 같다. 눈치없기가 9단 수준. 고교시절 같으면 빳다에 벌청소감!
국제변호사, IBM 근무경력 가진 똘똘이 두 친구가 나이 거꾸로 먹은 건가. 십여분 후 내처 가던 길 되돌아와 합류했는데 또 태연자약~ 와! 강적은 내부에 있단 말 하나도 그른 게 없구나! 먼저 도착한 8명이 민증 내밀고 공짜입장권 얻었다해 내가 대표로 민증 들이밀고 네 명 외치니 넷 다 민증 가져 오란다. 그런데 또 두놈?만 안 보여 현식이와 조진 태철 민증 가라로 보여주며 겨우 공짜표 끊었다. 그런데도 눈치없는 둘은 이런 작은 소동 벌였는지 모르고 느긋하게 합류, 드디어 고대하던 장미화원 입장!
어쨌거나 우중 장미화원은 만개한 빨강 분홍 노랑 자주 화려한 장미(비에 젖어 좀 후줄근해 보였으나)에 넝쿨 장미터널까지 유명한 영국장미에 유럽 각국 오색 장미꽃으로 온통 잔치 벌이니 호사스럽기짝이 없다.
문득 집사람과 스위스 베른 세계 각국 장미를 전시한 장미동산에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오죽하면 '장미전쟁'이란 이름,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장미가시에 찔려 죽었단 말까지 나왔을까.
각자 흩어져 사진 찍으며 감상하는 자유시간, 장미화원 가운데 위치한 정자에 여자들이 띠엄띠엄 앉아커피 마시며 담소 나누고 있다. 빗속 커피 한잔 땡겨 현식에게 청하니 OK! 가져온 보온병 꺼내 둘이 망중한 커피 즐기는데 건너편 중년여자가 찬 물에 커피 타먹고 있어 뜨거운 물 인심 베풀었다. 느긋하게 둘이 빗속 운치 즐기며 커피 마시려니 승근이가 눈치없이 현식이, 내 이름 부르며 찾는다.
다같이 호숫가 내려가드넓은 호수, 운무 싸인산 가슴에 품고 작약, 모란 꽃밭 찾으니 꽃중의 왕 모란은 벌써 지고 작약만 환호작약 피어있다.
'모란이 지고 나면 그뿐, 삼백예순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거예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이 얼마나 기막힌 진솔한 한국인의 정서인가! 앞서 가신 신현천선생님이 강조하던 '은근과 끈기' '한국인 특유 애뜻한 숨겨진 한의 정서'가 아닌가.
전남 강진 바닷가 마을 모퉁이 돌다 보면 김영랑 생가가 나온다. 아직도 '찬란한 슬픔' 머금고 모란이 필 때면 그리워지는 연인 길게 목 빼고 기다리듯 다소곳이 자리하고 있다.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란다~
이효석 메밀꽃 필 무렵 테마를 차용해 조성한 듯한 하얀 메밀꽃 거느린 영월초당 정자에도 앞서 자리잡은 사람들이 있어 결국 다람쥐광장까지 올라가 판을 깔았다.
서울대공원을 속속들이 잘 아는 유회장이 먼저 가 찜해 놓아 기다란 두 벤치를 옮겨 붙이고 너도나도 싸온 것 풀어 나누었다. 나도 가져간 칼로 노란 참외 깎아 권하니 '조월참외냐?' 묻는데 참외 농사는 안 짓는다. 요샌 수도권 스케줄이 차 있어 조월 내려갈 시간 없어 마누라 얼굴 잊을 판이다. 엊그제는 1박2일 목월선생 슬하 대구시인들이 주관한 경북 모량 목월생가, 청도 운문사를 다녀왔는데 아침 저녁으로 막걸리에 취했다. 연이어 우중 막걸리에 친구들 우의에 또 취하다 보니 아, 취생몽사 세월이구나~!
오늘은 사당역 언저리 돼지고기 김치찌개식당이다.
신현식교수가 돼지비게를 모양좋게 잘라주어 잘 구워 먹었는데 곁에 앉은 종현이는 시종일관 '이렇게 길게, 얇게 토막내어 잘라라' 재벌회장같이 얄밉게 지시만 한다. 아닌게아니라 그리 먹으니 아무렇게나 자른 옆 승근네 고기보다 모양 좋고 맛도 더 있다. 막걸리 잘 안 먹던 상조, 경훈이도 테이블 오가며 분위기 맞추는데 종부는 끄떡그떡 졸고 있고 연회는 홀로 오불관언 중 여자 멀리 하듯 술을 멀리 하고 고기만 열심히 먹는 실속차리더니 약속 있는지 말없이 자리를 뜬다.
이 마저도 익숙한 풍경이라 다들 괘념치 않고 5층 높다랗게 들어앉은 식당에서 주거니 권커니 잘 마시며 먹었다.
그래도 회비는 만원이니 누구 말대로 산우회 오는 건 '돈 버는 짓'이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전철 늦게 타 합류 늦어진 이경훈우혜원 부부가 식당 못 찾고 헤매는 걸 창문 너머 지켜본 승근이가 냅다 소리를 질렀는데 그 우렁찬
목소리에 옆 테이블 손님들까지 크게 놀랐다. 역시 혜화동기는 우애가 남다르다.
하마트면 비오는 벌건 대낮에 '고성방가죄'로 승근이가 수갑채여 끌려가는 걸 볼 뻔했는데 목소리 큰 종현이가 승근이 한 수 위임을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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