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악. 비상이다. 시계를 보니 오전 다섯시. 오늘이 분명 일요일이렸다. 그러니까 특별 산행으로 불곡산 가는 날. 점심 김밥 준비 안했쟎아 ? 기획 이 진영이라고 해 놓고 점심 굶기면 이 망신 어쩌지 ? 어제 집에 들어오는 길에 사무실 아래 고미 김밥집에 미리 주문 했어야 하는건데 깜박 했쟎아 ? 맥주 삼천씨씨가 과했나 ?
하여간 일찍 나가보자. 허겁지겁 아침을 먹고 전에 수유역 지하에서 봤던 그 김밥집 아줌마가 제발 이 시간에 나와 있으라 빌고 빌면서. . . . 울랄라 나와 있쟎아. 8시인데. 열 명은 넘을 것같고 스무 명은 좀 무리인것 같고 그 사이 적당한 넘버를 찍어서 열 다섯 개를 8시 50분 딜리버리로 주문하는데 성공. 이젠 안심이다. 이런일 없던것으로 시침 똑 따야지.
근이가 오고 광서 부부 태평이 부부 상윤이 부부 경훈이 부부 준호 승근이 영근이 주열이 종현이 이렇게 총 15명. 김밥 숫자 잘 찍었다. 그런데 웬 걸 전화가 띠리릭 이 헌만이다. 지금 가도 되냐구 ? 너네 집이 어딘데 ? 수서. 야 헌만아 살려다오.
수유리에서 의정부 시외 터미널까지 30분. 바로 연결 된 유양리행 32번 버스로 20분, 백화암 입구 하차, 불곡산 속으로. 산 중턱의 백화암 까지는 지겨운 시멘트 길. 눈이 있다 없다 해서 아이젠 뾰죽 구두 걸음으로. 백화암에서 주능선 까지는 계곡길도 있고 능선길도 있는데 우리는 능선길로. 고도를 높이면서 그 유명한(?) 불곡산의 조망이 들어온다. 들판에 오똑 솟은 산이니 사방이 시원하다. 들에는 며칠전 내린 큰 눈으로 온통 백색 세상. 우 혜원씨 연신 좋다 좋다한다. 무릎도 시원챦은데 수 십년만의 큰 눈이고 이런 눈 속 산행을 또 언제 해 볼까나하여 왔는데 정말 좋단다.
흰눈밭. 어떤이가 (필히 숫컷) 바로 길 옆에 그려놓은것을 우 혜원씨는 커피 쏟았다 한다. 그 친구 좀 멀리 들어가서 일 보지않구말야.
불곡산 정상 (1봉 표지목에는 468미터, 지도에는 470미터) 직전 15미터 짜리 스랲을 밧줄 잡고 오른다. 눈이 있어서 미끄럽다. 모두들 가볍게 오른다. 그렇지 오르는 길이니까 좀 낫지. 조금만 있어봐라. 실망 시키지 않을테니. 밧줄 한 개 더 잡고 정상에. 정상에서 우측 아래로 철 통로 있는 곳으로 삐딱하게 누운 바위를 밧줄에 의지하여 횡단하다. 아래는 절벽. 도대체 눈, 얼음 때문에 발 밟을 곳이 시원챦다. 위험해서 보조자일, 캐러비나를 사용하다. 그래 이것이 첫번째 시련이지, 음. . . . 주열이는 개구멍으로 내려갔는데 그 쪽이 훨씬 쉬운것 같다. 조금 가니까 또 직벽 밧줄 하강. 뒷 사람 안기다리고 의리없이 먼저간 근이와 그의 추종자들은 불쌍하게도 길을 잘 못 들어 빽했다.
불무리 쉼터. 420봉, 450봉을 남겨두고 우선 배가 고프므로 점심을 먹기로하다. 넓은 안부, 잘 다져진 눈 위 행복한 식사. 이미 산행 개시한지 세 시간 가까이 된다. 김밥 양이 너무 적다고 투덜거리며 가져온 찐 고구마는 자기만의 양식이니 눈 독 들이지 말라고. 그래도 속절없이 빼앗기고. 아귀는 못 당한다더라.
420봉을 통과하여 오늘산행의 끝 봉우리인 450봉으로. 이것도 만만치 않다. 밧줄 신세를 세 번인가 졌다. 그 중 두 개는 내려 올 때 애 먹었다. 450봉 넘어로는 서 쪽으로 시원한 조망. 멀리 군 부대의 울타리가 보인다.
다시 불무리 쉼터. 잠깐 쉬고는 북 쪽 부흥사 쪽으로 전속력 하산 시작. 근이는 전속력이랬다고 엉덩이 봅슬레이로 줄기차게. 20분 후 부흥사 앞 절 도로로 내려서다. 오늘 산행 끝. 다섯 시간 산행. 수고들 하셨습니다.
금방 온 36번 소요산-수유리 좌석 버스로 수유리에. 정 종현이 신고식 하라고 누가 그랬나 ? 지금 하면 나중에 정기산행 때에는 어쩔려고. 그래 한 번 더 하면 되지뭐. 통 큰 종현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