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안나푸르나 푼힐 트레킹 (2)

2007-04-25 13:09:53, Hit : 2107

작성자 : 이준호

트레킹 세째날 (4월 10일) 고라파니--푼힐전망대--타다파니

(푼힐 전망대에서 바라본 안나프르나 남봉)

드디어 이번 일정의 하이라이트인 푼힐 전망대에 오르는 날이다. 3시 반에 일어나 단단히 준비하고 4시 30분 롯지를 출발하였다. 헤드랜턴을 하고 캄캄한 새벽길을 오르니 지리산 종주 때, 장터목 산장에서 천왕봉 오르던 생각이 난다. 생각보다 날이 춥지 않아 중간에 잠깐 쉬면서 옷을 하나 벗었다. 비온 후라 그런지 날이 아주 맑고 상쾌하다. 오르는 도중 새벽 하늘에 보이는 설산의 모습이 약간은 괴기스럽기까지 하다.

(푼힐 전망대)

천천히 올라 1시간 만에 푼힐 전망대(3,201m)에 도착하였다.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은 많지 않다. 3층 정도되는 전망대를 만들어 놓았는데 오히려 밑에서 보는 전망이 나은 것 같다. 세정이와 밀크티를 한잔 씩 사서 마시고 여명의 산 모습을 몇장 찍었다. 이번에 느낀 것이지만 산의 모습은 해뜨기 전과 뒤편에서 해가 뜨면서 산의 한쪽이 밝아지는 때가 제일 좋은 것 같다. 해가 떠 버리면 신비스러움이 없어지고 별로다. 드디어 6시15분 일출이다. 오른 쪽 마차푸차레 쪽에서 해가 뜨며 다울라기리, 안나푸르나 남봉, 안나푸르나 3봉 등 안나푸르나 연봉들이 서서히 밝아 온다. 일행들 같이 단체사진 찍고 6시30분 전망대를 떠나 7시10분 롯지에 도착하였다.

오른쪽부터 마차푸차레(6,993m), 히운출리(6,441m),
안나푸르나 South(7,219m), 맨 왼쪽 안나푸르나 1봉(8,091m)

8시에 아침식사를 하고 그곳에서 만난 한국분과 인사를 나누고 8시45분 롯지를 출발하였다. 오늘은 아침 햇살이 뜨겁고 출발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롯지 뒤로 가벼운 오르막 길을 오르며 왼편으로 보이는 안나푸르나 남봉의 모습이 점점 가까와 지는 것 같다. 가이드 Yam과 하루 정도면 ABC에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하며 9시45분 히말라야 3000 고지 쉼터에서 한참을 쉬었다. 이곳은 사방이 확 트이고 우리가 머문 고라파니 마을이 눈 아래로, 푼힐이 거의 같은 높이로 바라보인다.

(일출직전 마차푸차레)

데우랄리(Deurali, 2,990m)로 오는 길은 편안한 능선길이다. 오는 도중에 야크 새끼 두마리를 보았는데 꼭 젖소 새끼같다. 그런데 이놈들이 도망쳐 사흘 만에 찾았다고 주인 영감이 하소연을 했나 보다. Yam이 이야기한다.

(문제의 야크 새끼 두마리)

데우랄리에서 반탄티(Banthanti, 2,520m)까지는 원시림이 우거진 계곡을 따라 가파른 내리막길이다. 계곡 곳곳에 쓰러진 나무를 장작으로 만드는 사람들을 만났다. 며칠 씩 야영하며 일을 하는 것 같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와 나무들이 많이 쓰러졌단다. 덕분에 장작감은 많이 생겼겠다. 12시에 반탄티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이곳은 계곡 가에 장소도 넓어서인지 트레킹 족들이 많이들 식사를 하고 있다. 2시에 출발한다하여 점심 후 여유있게 긴 나무의자에 누워 잠깐 오수를 즐겼다.

(일출 때 안나푸르나)

(일출 때 다울라기리)

14시 반탄티를 출발하여 조금 가다 보니 계곡 건너편에 올라가는 길이 보인다. 가이드 Pembu 말이 우리가 가야할 길이란다. 아이고! 중간에 다리 좀 놓지, 새카맣게 보이는 계곡을 다 내려가 다시 올라가야 한다니, 죽었다 복창하고 갈 수 밖에...

(푼힐에서 내려오면서 본 다울라기리)

(푼힐 전망대에서 내려오면서 한컷)

다행히 오르막 길은 얼마 가지 않아 15시10분 오늘의 숙박지인 타다파니(Tadapani, 2,590m) Annapurna View Top Lodge에 도착하였다.

(안나푸르나 남봉)

아직 해가 한참 남았는데 뭘하나, 우선 맥주부터 한잔 하고, 이곳은 샤워가 없고 물을 끓여 한 바께쓰에 100루피란다. 덕분에 춥지 않게 샤워를 하고 Dining Hall에 모여 앉아 각자들 책보고 일기 쓰고 하면서 모처럼 여유있는 좋은 시간을 보냈다. 저녁식사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아, 술 한잔이 생각나길래 야크 치즈를 물어보니 있단다. 그래서 야크치즈를 좀 구워달래서 네팔 럼주와 먹으니 괜찮다. 그런데 야크치즈를 구워 놓으니 무척이나 기름지고 니끼하다. 한잔 하는데, 혼자서 여행하는 독일 뮌헨에서 온 아가씨를 만났다. 혼자서 가이드 한명과 포터(네팔 처녀) 한명을 데리고 6주를 트레킹하고 있단다. 에베레스트 BC에도 갔었고 우리와는 수준이 다른 아가씨다. 고산증세가 없었느냐고 물으니 에베레스트 BC에서 한번 겪었단다. 가이드가 일러준대로 마늘즙을 내서 눈 감고, 코 막고 먹었더니 금방 나았단다.

(히말라야 3000고지 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