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개산행은 코로나로 산우회 정기산행이 일시 중단되자 준호가 섭섭하다고 제안해 구룡산 일대 코스를 탄 이후 첨이다. 지난 12.5 토요산행 일정이 동기회 운영위원회 일정과 겹쳐 유승근회장이 월요 번개산행을 제안했는데 허준평은 주말로 착각하고 온다 했다가 평일 진료로 취소했다.
산우 카톡방에 나밖에 합류자가 없어 2인 산행이 될 줄 알았는데 낙성대역에 도착하니 신현식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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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관악산과 능선 줄기를 나란히 한 형제 산같은 삼성산 국기봉 산행이다. 둘은 백가지도 넘을 관악산 삼성산 산행길을 훤히 꿰고 있다. 난 그저 즐겨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초입 우뚝 솓은 열녀암에서 앞선 승근이가 평탄한 산길을 버리고 바위 사이로 수직 이동하니 관악(冠岳)이란 이름답게 형태가 다른 여러 바위덩어리가 예저기 놓여 있다. 물개가 하늘로 코를 내미는 바위 곁에 코끼리 주름같은 물결무늬가 눈길을 끄는 전망좋은 곳이 도사바위라는데 그를 듯한 도사형상은 뵈질 않으니 어찌된 건지 물으니 현식이가 '아마 이 너른 바위에 도를 닦아 그런 것이 아닐까?' 듣고 보니 해석이 그럴 듯하다. 멀리 아파트단지 너머 남산 타워가 미세먼지로 뿌옇게 떠 보인다. ,
앵커 박은 깎아지른 절벽 바위 곁을 돌아 로프에 의지해 오르니 관악산 자락에 드넓게 펼쳐진 서울대 컴퍼스 전경이 훤히 조망된다. 어느 새 올려다 보이던 건너편 장군봉도 어깨 아래에 있다.
소나무로 둘러싸인 국기봉 가는 길에 살찐 까마귀 몇 마리가 까아까악~거리며 깃을 치니 요새 요지경으로 돌아가는 시국에 대한 경고음으로 들리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마침내 태극기 펄럭이는 국기봉에 다달아 우리 또래 노인장에게 사진 찍어주길 청하니 흔쾌히 정성을 다해 응해 주신다. 따뜻한 인심이 고맙다... 접촉금지 거리두기 코로나 시국엔 사진 청하는 것도 조심스럽다.
관악산만 자주 오르다 인근 삼성산에서 관악산을 건너다 보며 조망하듯 감상해 보니 어느듯 70에 이른 나이에 지금껏 살아온 삶의 발자취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는 느낌이다.
'기섭''현식''승근'이라 스스름없이 서로 부르는 마음맞는 친구 셋이 국기봉 언저리에 자리깔고 김밥 컵라면에 오이 홍당무 군고구마 정식품 베지밀에 막걸리 맥주 곁들인 점심을 2시 넘어 먹으며 우의를 나누었다.
정상 부근이라 바람이 차지고 햇살도 엷어져 스며드는 추위에 자리를 떨치고 일어나 방향을 바꿔 내려 가니 발걸음도 가볍다. 삼거리약수터에서 뿌듯한 만족감에 스틱을 들어 현식이와 만세를 불렀다. 그리고 25년 단골 낙성대 전주관에 들러 명물 돼지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이니 승근이가 참다못해 안 마시기로 한 막걸리를 시킨다. 그리고 못다 마신 소주를 꺼내 섞어 마시니 과연 두주불사 못 말리는 승근이다.
승근이는 사위와 어울리면 청탁 도수 불문 여러 술을 권커니 잣커니 해 삼성 다니는 사위가 오버잇해 딸 마눌님 원망을 자주 듣는단다~ 번개팅 뒤풀이는 사비로 지출, 현식이가 쏘았다. 쌩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