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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 - 366 “내가 세 번이나 결혼한 이유” -연우 포럼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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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7-29 16:12:33, Hit : 110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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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길원: 목사/하이패밀리 대표,숭실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저는 일부다처제가 좋다고 여깁니다."
뜬금 없는 이야기에 모두들 놀란다. 그런데 나는 정말 일부다처(一夫多妻)제를 주장
한다. 왜? 처가에 딸이 많다. 그래서 나는 일부 다 처제(妻弟)다. 그제야 사람들은 깔깔
대고 웃는다. 내가 결혼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하니까 역시 놀란다. 어떤 이들은 "어떻게
그렇게 큰 복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니 그러면 "도대체 송목사가 주장하던 '한 남자를
위한 여자' '한 여자를 위한 남자'는 어디 갔냐"며 어리둥절해 하기도 한다.
그런데 진짜로 세 번째 결혼을 했다. 세 명의 여자와 결혼한 것이 아니고 한 여자를
세 번 맞이한 차이일 뿐이다. 왜 세 번씩이나 결혼을? 바로 그게 내가 말해보고자 하는
주제다.
요즈음 젊은이들은 결혼 서약도 참 잘 한다. "나 ○ ○○은 그대 ☆ ☆☆양을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아내로 믿고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사 위하여 자신을 버리신 것처럼
내 뼈중의 뼈요 살중의 살인 그대를 온전히 사랑하며 한 가정의 제사장으로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가정이 되도록 성경이 가르치신 대로 남편 된 본분을 다할 것을 하나님과
여러 증인들 앞에서 엄숙히 서약합니다."
그런데 나는 그런 결혼서약도 제대로 못하고 결혼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늘 그게 마음
에 걸린다. 결혼은 곧 약속인데.... 아쉬움은 그것만이 아니다. 나는 결혼예비학교가 무엇
인지 모르는 세대다. 그러니까 결혼이 준비되었을 리 만무하다. 왜 결혼했는가? "결혼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이게 정답이다. 친구들이 떠나가니까 외로워서 나도 그 대열에 합류
하기 위해 몸부림을 친 결과가 결혼이었다.
그래서 많이 싸웠다. 아내가 까무러치는 일도 있었고 숨소리조차 지겨워지기도 했다.
솔직히 말해 결혼이 뭔지 아무것도 모른 채 남자라고 큰 소리만 쳤다. 어디 그것뿐이겠는
가? 아내를 아내로 존중하지 못했다. 가부장적 사고가 너무 크게 지배하고 있었다. 기독
교 세계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런 바보 같은 생활이 후회 스러웠다. 신혼을
다시 되돌려 놓고 싶었다. 다시 출발하고 싶었다.
생명은 되돌려 놓을 수 없지만 나의 신혼은 가능했다. 그래서 신혼으로 돌아가기 위해
결혼식을 다시 치렀다. 이름하여 "앙코르 웨딩" 턱시도를 입고 나니 십 년은 젊어졌다.
뭔가 결혼에 대한 지식을 쌓고 나니 아내가 다르게 보여졌다. 동반자처럼 다가오고 있었
다. 이미 중년을 살면서도 내가 젊을 수 있는 것은 순전히 앙코르 웨딩의 예식을 통해
내 나이를 낮춘 탓이다.
다이어트를 해 본 사람이면 자꾸 욕심이 생겨 몸무게를 더 줄이고 싶듯 결혼연령을
더 낮추고 싶었다. 드디어 세 번째 앙코르 웨딩을 20주년 기념으로 치른 것이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아내가 또 달라졌다. "영혼의 친구" 바로 그거였다.
그리고 나는 아내한테 이런 편지하나를 받았다.
"결혼 20주년을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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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함께 한 시간들 짧지만 참 행복했어요.
과분한 복을 누린다는 게 이런 거로구나 생각들 정도로요.
박범신씨의 축사에서처럼 결혼 6개월은 신랑 신부로, 나머지 20년은 남자와 여자로,
그리고 그 나머지는 인간대 인간으로 혹은 친구로 살아간다는 말, 공감하긴 하지만
난 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결혼과 사랑이란 분명 시간이라는 세례를 통과해야만 그 정체성을 알 수 있다지만
적어도 당신과 나 사이에서는 시간이란 시험대가 관계의 본질마저 바꾸어놓진
않았어요.
나에게 있어 당신이란 존재는 20년이란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여전히 수줍음으로
다가가고픈 신랑이며 '송길원'이란 이름 석자에 가슴 설레는 연인이며, 한없이 의지
하고 픈 편안한 친구이고, 미래의 꿈을 함께 나누며 일구는 동역자이자, 피곤한 감정의
줄다리기가 필요치 않는 그래서 인간 대 인간으로 가슴 열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며,
생의 마지막을 함께 마감하고픈 동반자예요.
그리고 다시 태어나도 여전히 함께 살아가고픈 남편이고요.
이제 세월의 흐름 속에 확인된 우리의 사랑은 지칭하는 단어의 다양성을 따라 동일한
시간대에, 동일한 대상에게, 동일한 속성으로 든든히 자리 매김 해 있어요.
어느것 하나 놓치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았던 당신과 나,
이것이야말로 큰 축복이라 여겨집니다.
웨딩 드레스 화사하게 차려입고 붉은 장미꽃잎 밟으며 옮기는 걸음마다 평생 당신을
오늘 처음 맞이한 새신랑처럼 사랑하리라, 오늘 처음 신랑을 맞이한 새신부처럼 선행
으로 곱게 단장하리라 다짐했어요. 그 다짐 속에 다가올 세월의 매몰참에도 우리의
사랑, 어느 것 하나 마모되지 않고 더욱 아름답게 뿌리내리길 소원해봅니다.
사랑해요.
이 세상에 이만한 선물이 또 어디 있을까? 왜? 이 세상에 가장 행복한 사람이란
"사랑하는 사람"이라 하지 않은가 말이다. 사랑이야말로 인간의 궁극적 목적이 아니던가?
내가 또 다시 앙코르 웨딩을 꿈꾸는 이유도 여기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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